회사리 탑
회사리 마을에 도착했지만 적막 강산이다. 수확기라 모두들 들일을 나간 모양이다. 마을을 배회하던중 거동이 몹시 불편한 할머니에게 탑위치를 수소문했더니 산아래를 손으로 가리킨다.
마을을 지나 콩 수확에 분주한 어르신에게 여쭈었더니 일을 멈추고 길로 나오셔서 멀리 인삼밭에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여간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 아니다. 당신께서는 바뻐 죽겠는데 한가하게 탑구경이나 다니는 놈이 뭐가 이뿌다고 친절을 베풀겠는가?
인삼밭 가운데에 자리한 탑은 높은 지대석, 단층기단, 지붕돌 받침은 3단이다.
촌부에게 이탑은 돌이 아니라 마을의 안녕을 가져주며, 사악한 기운을 방어해주는 생명체요, 오랜 옛날 선조 때부터 함께한 운명 공동체이기에 찾는이에게 그런 심정으로 안내해주시는 것으로 믿고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할머니, 첫번째 농부님과, 농부님의 설명을 바라보고 계시든 다른 분도 인삼밭 앞까지 안내해 줄 수 있겠는가? 돌아 나오는 길 "자그만해도 참 곱지요?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 우리들도 기쁩니다." 라는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아마 회사리 탑은 불탑보다는 농심(農心)으로 오래 뇌리에 남을듯 하다.
운산리 탑
고운 마음을 안고 진안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산리를 찾았다. 내후사리 마을 입구 비닐 하우스에 일하는 아낙들에게 탑위치를 물었더니 여러분이 스트레오로 답을 주신다 .ㅎㅎ 내후산 아낙들도 친절하기 그지 없었다.
안내문에 신들린 탑이라 했다. 옮기려 시도하면 큰 변고가 생긴단다. 이제는 탑이아니라 내후산 마을의 당탑이었다. 정월이면 촛불 밝히고 마을의 안녕을 빈다. 그래서 산골 인심은 후덕하다.
아랫기단의 안상
내후사(寺)동 이라면 마을이 이름도 그래서 유래했나? 내후사 옛절집 탑인가? 몸돌에는 우주가 보이고, 옥개받침은 4단, 처마에 반전도 있다. 상륜에는 보주만 남았다..
본래 탑 위치도 아니지만 너무 습한 곳에 조성되었다.
마을 비보탑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다.
진안의 두어 곳에서 내가 꿈꾸며 느끼고져 염원하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 인정 넘치는 대화를 듣고 목격했다. 이번 답사의 가장 큰 보람이라 여기고 싶다. 그것이 우리 민족성의 원형이라고 늘 생각하며 살아가기에...
2008.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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