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대구시

[스크랩] [대구 매일신문]자녀와 떠나는 답사여행(상)... 환성사(상)

임병기(선과) 2008. 6. 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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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떠나는 답사여행> 경산 하양 환성사(상)
환성사는 동화사를 창건한 심지왕사가 신라 흥덕왕 10년(835) 창건했다고 알려진 사찰이다. 무학산 자락 중앙에 위치해 마치 절을 둘러싼 형국이 반지와 닮았다해서 환성사로 불린다.

◆지붕 없는 일주문 돌기둥
동화사에 비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절이지만 사람들에게 답사 메카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장대하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지붕이 사라진 일주문 돌기둥 때문이었을 것이다.

녹음 짙은 여름날, 눈 내리는 겨울날에도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은 길을 쉬엄쉬엄 올라가면 두 팔 벌려 탐승객을 포옹해주던,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던 돌기둥이었는데 이제는 복원되어 그런 감흥은 추억으로 남았다.

사찰 입구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일주문은 기둥이 한 개라는 의미가 아니라 '기둥이 일렬로 섰다.'라는 뜻으로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이 가람에 들어가기 전에 세속의 번뇌로 부산히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향한다는 의미다.

기둥이 네개인 것은 일주삼칸 즉 '법화경에서 천명한 회삼귀일사상. 중생의 바탕과 능력에 따라 성문, 연각, 보살로 나뉘어진 불교의 여러 교법을 오직 성불을 지향하는 일불승의 기로 향하게끔 한다는 사상적 의미'이다. (건축 용어 '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말하며 1칸은 기둥이 둘, 3칸이면 기둥이 네 개다.)

◆색다른 일주문을 보고싶다면
색다른 일주문으로는 지리산 자락 구례 천은사 일주문과 부산 범어사 일주문을 꼽을 수 있다.

천은사 일주문은 중국서예와 차별성을 확보하고 민족 고유의 정서와 감정을 담아 만든 '동국진체'의 완성자 원교 이광사의 글씨인데, 물 흘러내리듯 세로로 흘려 불에 약한 천은사에 물의 기운을 돋우고 있다. 일주문 옆 낮은 헛담(담장) 역시 물의 기운이 쉽게 누설되지 않도록 허약한 지세를 북돋아 주는 이중의 비보책으로 답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주목받는 일주문이다.

범어사 일주문은 고건축의 불가사의로 여겨질 만큼 특이한 구조로 배흘림의 석조기둥 위에 어떠한 고정장치도 없이 짧은 목조기둥을 올려놓았지만 조선 숙종 이래 숱한 태풍 비바람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양쪽 기둥은 네모, 버팀돌 기둥은 팔각
환성사 일주문은 처마 끝 서까래 위에 짧은 서까래를 잇대어 달아낸 '겹처마', 비로부터 벽면을 보호하기 위해 방풍판을 단 사람 인(人)자 모양의 간결한 맞배지붕, 다포식 공포로 복원한 일주문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석 '덤벙주초' 위에 놓인 돌기둥이 길고 양쪽 기둥이 네모기둥인데 비해 안쪽 두개 버팀돌 기둥은 팔각으로 즉 방형석주+팔각석주+팔각석주+방형석주의 특이하고 유례가 없는 조형물인 것이다.

국보, 보물이라는 거창한 이름표는 고사하고 사적, 문화재 자료로도 등록되지 않았지만 늘 그 자리를 지키고 말없이 서있는 일주문 기둥에 걸렸었을 주련(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 기둥(柱)마다 시구를 연달아 걸었다는 뜻)을 상상해 본다.

入此門內莫存知解(입차문내막존지해) : 이 문안에 들어서면서부터 세상의 알음알이를 두지마라!

임병기(답사카페 cafe.daum.net/moonhawje 운영)



작성일: 2006년 07월 26일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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