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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구매일신문]자녀와 떠나는 답사여행(3) 환성사(하)

임병기(선과) 2008. 6. 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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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떠나는 답사여행> 경산 하양 환성사(하)
일주문과 더불어 환성사의 매력적인 문화유산이 수월관(水月觀)이다.

이곳 도오(道悟)스님은 보름달이 무학산을 넘어 연못에 드리울 때 누에서 바라보는 정경이 아름다워 '수월관' 현판을 걸었다고 하신다. "혹 달을 희롱하며 절을 유흥공간으로 삼았던 유생들의 객기가 아니었겠냐"고 넌지시 여쭈었더니 스님은 미소만 짓는다.

수월관은 덤벙주초(막돌초석)에 목재 기둥 밑면을 다듬어 원형 두리기둥을 세운 건물이다. 정면 5칸, 팔작지붕, 서까래가 드러난 '연등' 천장이 독특하며 마루는 우물 정자(井)를 닮았다.

◇ 대웅전과 수월관만 남은 까닭은

환성사에는 사찰 흥망성쇠와 관련 있는 재미있는 전설이 다음과 같이 전해온다.

젊어서는 덕을 베풀어 여러 사람의 존경을 받았으나 나이 들자 손님들을 번거롭고 귀찮게 여기게 된 스님이 계셨다. '우리 절에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것은 틀림없이 절 입구 자라바위 때문일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한 그는 사람들을 시켜 자라바위 목을 자르게 했다. 지시대로 바위의 목을 정으로 깨뜨리니 갑자기 연못이 붉게 변했고 이런 일로 절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그러던 중 한 객승이 "이 절에 사람이 많은 것은 저 연못 때문이니 저것을 메우시오."라며 방문객 수를 줄게하는 비방을 일러주며 절을 떠났다.
이 말을 듣고 주지가 동네사람들을 불러다 못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삽을 퍼 넣자 갑자기 못 속에서 금송아지 한 마리가 날아오르더니 슬피 울고 산 너머 동화사 쪽으로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 모습을 본 동네 사람들을 일을 멈추자 주지는 절의 스님들을 동원하여 못을 메우게 했다. 꼬박 100일이 걸려 못을 메우고 마지막 흙 한 삽을 퍼붓자 별안간 온 절에 불이 붙기 시작하여 그 웅장하던 집채들을 모조리 태우고 말았다. 겨우 대웅전과 수월관은 남았으나 이후로 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지고 말았다.

수월관을 누대 밑으로 들어가 뜰을 지나면 대웅전, 심검당, 요사, 수월관이 산지사찰 배치인 입 구(口)자이다. 야간 행사시 불을 밝혔을 두 기의 '노주석', 복련이 고운 팔각원당형 석등 하대석과 더불어 1층 탑신에 방형 받침으로 고려시대 탑으로 추측될 뿐 비슷한 유형이 없는 층수가 모호한 파격적인 이형석탑이 좁은 중정에 자리잡고 있다.

◇ 착시현상 방지기법 돋보여

강당으로 사용되었다는 심검당은 최근에 복원하였으며 정`측면 3칸* 3칸의 맞배지붕, 주심포, 금당쪽에는 겹처마이고 명부전쪽은 홑처마 구조의 독특한 양식으로 순조 24년(1824년)에 쓴 현판이 걸렸다.

명부전 시왕은 100년 전에 경주 남산 옥돌로 조성하였다고 쪽마루에 마주 앉아 말씀하시던 도오스님께서 수월관으로 안내하시며 수월관과 일주문 불사 잘못을 지적했다.

최근 복원한 일주문에 틈새가 보이지만 그보다도 일주문을 통과하여 환성사 경내로 진입하도록 동선을 유도하지 않고 일주문 옆으로 우회하도록 길을 낸 처사가 한심하다는 것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건축기법처럼 환성사 대웅전에도 고건축에서 착시현상을 방지하고 아름다운 외형을 동시에 표현하는 기법이 여러 곳에 남아 있다.

같은 굵기 기둥이 상부가 가늘게 보이는 착시 교정의 '배흘림', 문벽선 상부가 좁게 보이는 현상을 예방하는 '쌍사문'이 눈에 들어온다.

또한 모서리 기둥을 약간 높여 중간 기둥보다 낮게 느껴지는 착시 현상 방지의 '귀솟음', 모서리 기둥을 안쪽으로 약간 기울게 세우는 것으로 바깥기둥이 삐쳐나가는 듯한 착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안쏠림'은 우리 건축의 특색이다.

◇ 다양한 문양의 수미단 볼거리

불단은 후벽 앞에 높은 기둥을 세워 후불단을 만들고 법당 안에 부처님을 높이 모시기 위해 만든 수미단을 조성 석가여래와 문수, 보현보살을 협시로 모셨으며, 후불탱의 복주머니가 이채롭다.

불단위에는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운궁형 보개가 소박하며, 우물천장에는 천상의 음을 노래하고 찬탄하는 상서로운 새와 용이 구름 위를 유영하고 있다.

환성사 대웅전의 또 다른 볼거리는 수미단이다. 민화에서 다산, 삼려도, 과거 급제를 상징하는 물고기, 연꽃 불교 설화를 바탕으로 한 원숭이 공양상, 신의 화현으로 인식되는 동자 등 다양한 상징성의 문양이 투각되어 있다. 산문을 내려오는 뒤로 "가족들과 함께 오시라"는 도오 스님 말씀이 귓전에 맴돌건만 걱정이 앞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임병기(답사카페 cafe.daum.net/moonhawje 운영)



작성일: 2006년 08월 02일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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