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봉암지 부도전 참배 후 조금전에 만난 농부님의 말씀을 나름 해석하여 진행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500여미터 후 두 갈래 길에서 가건물이 보이는 왼쪽을 선택하였지만 요란한 멍보살의 환영만 산속의 적막을 깨웠다. 하지만 그곳에는 부도도 인적도 없어, 돌아나와 우측 길로 진입하였지만 사유지로 출입금지라는 철문이 길을 막는다.
사유지 철문에 걸린 주소.
별수 없이 부도 답사를 포기하고 좁은 길을 내려오는 중에 비닐 하우스에 간다는 30대로 보이는 분과 교행이 불가한 길 가운데서 마주쳤다.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였더니 부도는 인지 못했으나 조금전 가건물에 주차하고 100여미터 들어가면 사찰이 있다는 살아있는 정보를 얻었다.
멍보살의 거듭된 환영을 받으면서 사찰방향으로 들어 가니 멀리서 스님 한 분이 마중(?)을 나오신다. 멍보살의 소란에 나오는 길이라며 부도로 안내해주었다.
그참!!! 좀전에 보았던 철문에 걸린 위주소지 향우측에 부도가 있었다.
안정암지는 대봉산 최고봉인 천왕봉의 남쪽 골짜기 하류에 위치하고 있다.창건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으나 여지도서, 1871년 영남읍지에 천왕재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1832년 경상도읍지. l895년 영남읍지 지도에 위치가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또한 일제강점기의 조선보물 고적조사자료에도 안정암지로 기록되어 있으며, 현재는 안정사가 자리잡고 있다.
조선후기 석종형 부도이다. 지대석과 하대석은 하나의 부재로 면석에는 흔치 않은 작례인 탱주를 두었다.방형 하대갑석에는 내림마루를 돋을새김하였고, 상부에 복련이 새겨진 괴임을 두었다. 타원형 탑신은 괴임위 원좌에 앉혔으며, 탑신에 비해 작은 보주는 깨어진 상태이다. 당호는 얕게 새긴 듯 보이지만 마모가 심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깨어진 보주 그 애잔한 첫느낌이 오래 남을 듯 하다.
별탈없이 세상을 관조하며 절터를 지켜온듯한 부도. 하지만 깊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는 이해하고 용서한 옛일로 여기고... 부도는 주민들에 의해 여러 차례 수난을 입었다고 한다. 즉, 부도를 수장하였다가 마을에 우환, 홍수, 가뭄 등이 발생하면 꺼내어 이 자리에 다시 모시기를 반복하였다고 전한다. 다른 지방에도 이런 예는 찾기 힘들며, 개인적으로는 산촌 무속신앙의 독특한 제의의 형태로 보고 싶다.
부도전 풀을 제거하지 못했다며 미안해 하신 스님 오히려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산중의 일상을 깨며 한적한 산골을 헤집고 다닌 욕심 때문에... 그리고 약 1시간 동안에 인적 드문 외딴 산골에서 만난 세 분 우연일까?
2016.0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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