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대구시

대구...건들 바위

임병기(선과) 2013. 9. 2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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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대봉동. 수도산 상수도사업소 네거리(유독 대구에서만 사거리라 하지 않고 네거리라고 한다)에 위치한다. 현재의 설명문은 잘못된 내용이라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문화재청을 비롯 공식적으로 등재된 자료를 보자.

건들바위라는 이름의 유래는 잘 알 수 없으나 예로부터 그 모양이 갓 쓴 노인같다고 해서 삿갓바위라고도 불리었다. ( 이 바위는 삿갓 모양이 아니다)

200년 전에는 이 바위 앞으로 맑고 깊은 냇물이 흘러 많은 시인들이 이곳에서 낚시를 하며 풍류를 즐겼던 경치 좋은 명소의 하나였으며, 서거정 선생이 노래한 대구 10경 중 입암조어(笠巖釣魚)의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조선 정조 때 시가지 일대의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하여 제방을 만들고 물줄기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더이상 이곳으로 물이 흐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 이 바위에는 사람이 올라가서 낚시할 공간이 없으며 올라가기 힘들다)

 

이 바위는 조선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근대에 이르기까지 무당이나 점쟁이들이 몰려와 치성을 드렸는데, 특히 아기를 갖지 못하는 부인들이 치성을 드리러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현재는 바위 앞으로 도로가 설치되어 당시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는데, 주변을 아름답게 꾸며 시민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특히 물이 흐르던 옛 모습을 재현해 두어 옛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배려 하고 있다.

 

서거정이 노래한 대구 10경중 입암조어가 어디일까?

 

입암조어(笠巖釣魚) 서거정

 

煙雨空濛澤國秋 (연우공몽택국추) 가랑비 조록조록 가을 물가 내리는데

垂綸獨坐思悠悠 (수륜독좌사유유) 낚싯줄 드리우고 홀로 앉아 하염없이 생각하네

纖鱗餌下知多少 (섬린이하지다소) 잔고기는 낚싯밥 아래 다소 있음을 알겠는데

不釣金鼇釣不休 (불조금오조불휴) 황금 자라를 낚지 못해 멈추지 않네

 

 

 

 

달성도. 완전히 다른 위치이며 삿갓모양이 분명하다

 

2011년 영남일보 박진관 기자의 글을 보자.

 

건들바위가 있는 행정지역은 조선시대 대구부 하수서면(동변입암리, 서변입암리) 입암리다. 그러므로 삿갓바위가 아닌 단순히 ‘서 있는 바위’즉 선바위(立巖)일 뿐이다.

경상도지리지에는 대구군 동쪽 2리쯤 신천 가운데 삿갓과 같이 생긴 바위가 있다고 적혀있다. 18세기 초 제작된 해동지도에는 삿갓바위가 경상감영 북동쪽 신천변에 위치한다. 하지만 현재 건들바위는 경상감영 남쪽이다. 위치도 틀릴 뿐더러 모양도 맞지 않다. 건들바위 위에서는 낚시를 하기도 어렵다.

고려사에 따르면 문종 24년(1070)에 대구현에 별이 떨어져 돌이 됐다는 기록이 나온다. 별똥별인 셈이다. 경상도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구읍지에서 소개한 삿갓바위는 유성이 떨어진 운석이라고 했다. 운석은 적어도 화강암 같은 단단한 재질이지만, 지금의 건들바위는 퇴적암이다.

택민국학연구원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신천 경대교에서 상류쪽, 즉 북구 대현2동 부근에 높이 10m 규모의 갓모양을 한 바위가 존재했다고 한다. 넓은 반석 위에 서 있는 삿갓바위는 당시 부녀자들이 촛불기도를 드리는 장소로 유명했으나 70여년 전 신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강변 정비 공사를 하던 중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해 지금은 사라졌다고 전해온다.

해동지도와 서거정의 ‘대구십영’위치가 모두 나오는 ‘달성도(達城圖)’에는 삿갓바위의 위치가 신천 서편에 그려져 있다.

전영권 교수는 “1957년 제작된 지형도를 보면 해동지도나 달성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북구 칠성동을 지나 도청교 부근 하류로 유입하는 물줄기를 볼 수 있는데 이 물줄기 중 침산교 인근에 지금은 사라진 삿갓바위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또 “경대교 상류 신천 동편에 작은 규모의 하식애 언덕이 발달하고 있어 삿갓바위가 위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들바위 역사공원에 있는 대구천 설명에도 이서가 대구천의 물길을 신천으로 돌렸다고 틀리게 나와 있다. 또한 건들바위를 설명하는 비문에도 이곳이 서거정이 읊었던 삿갓바위, 즉 입암조어의 자리라고 잘못 쓰여 있다. 또 건들바위가 높이 3m, 폭 1.6m라고 나와 있는데 실제 높이는 6~7m에 이르며, 폭은 4~5m나 된다.

건들바위에 대한 잘못된 설명은 1982년에 펴낸 ‘대구의 향기’180쪽에 ‘바위 모양이 삿갓 쓴 늙은이 같다’고 엉뚱하게 기재한 데서 유래한다.

 

 

 

입암조어 뿐만 아니라 대구 십경의 다른 곳도 의견이 분분하다. 1970년대에 노산 이은상선생이 10경을 번역하기전에 현장 답사를 하였어도 이런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한 번 잘못 표기된 자료를 수정하는 일도 보통일은 아닌 모양이다.

 

그러면 현실은 어떤가?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요즘 지자체마다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여 발간하고 있는 디지털문화대전 자료에는 누락, 오류는 애교이다. 유명한 대학교수들이 현장 답사하지도 하지 않고 벌써 다른 곳으로 옮긴 문화재를 버젓이 현장에 유존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설명문 내용도 아주 오레전 다른 자료의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복사한 경우가 허다하다. 참 좋은 우리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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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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