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를 부리던 젊은 날에는 친구들과 대구에서 한밤중에 빙어 먹으러 단숨에 달려온 길 옆 마을이었다. 그런 추억을 반추하며 기분 좋게 마을 입구 정자에 휴식을 취하는 할머니들에게 불상의 위치를 여쭈었더니 분위기가 냉랭하다. 몇 분이 말씀을 할려고 하면 다른 분이 핀잔을 주며 손사래를 친다. 목적을 상세하게 말씀드렸지만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힘들게 위치를 대충 탐문하여 발길을 돌려야 했다. 쌍백면 죽전리 이암마을에서는 젊은 마을 주민이 힘들게 찾아왔는데 석불입상이 오래전에 도난 당하여 보지 못하고 간다며 나보다 더 안타까운 모습이 역력한 얼굴과 오버랩 되어 묘한 느낌이다.
봉산면 압곡3리 새터마을."지곡천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마을앞을 흐르고 있으며 국도가 인접한 마을이다. 마을 앞의 미륵들은 옛날 지곡사를 가르키는 미륵불상 2쌍이 있는 앞들이므로 미륵들이 되었다고 하고 마을 남쪽의 마구들은 옛날 유일한 통신수단인 권빈역을 통과하는 역마를 잠재우며 일시적으로 사육하는 곳이어서 마구들이라 불러왔으며 지금 국도변에 몇그루 노송도 역마를 매어두던 나무라서 마구소나무라 한다."
지곡사지 미륵불 중의 한 기일까? 할아버지꼐서 안내해준 마을 앞 소나무 아래를 찾아 헤매이었지만 쉽게 보이지 않았다. 거의 포기할 무렵 풀숲에 불두가 겨우 보였다. 풀을 거둬내고 나니 하반신이 매몰된 석불입상이 다가와 어깨를 어루만져 주는 듯 하여 가볍게 삼배 올리며 인연에 감사드렸다.
문화유적총람 자료를 보자. 압곡리(鴨谷里) 새터부락 금빈깨꼭재 밑에 남향한 언덕에 석조불 입상 1구가 서 있다. 이 석조불 입상은 화강암제로 마멸이 심하며 조각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원래는 훌륭한 작품으로 추정된다. 부분 적으로 남아 있는 조각기법은 안면(顔面), 양이(兩耳), 의문(衣文) 등 소박 하고 유려하며 여래입상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위의 설명문을 보면 불두가 있었던 것으로 묘사했다. 설명의 근거는 1980년 경북대학교의 전국문화유산조사에 언급된 내용이다. 그렇다면 1980년 전 까지는 불두가 온전했던 불상이었던 것이다.
차에서 기다리던 마누리도 지친듯 나를 향해 걸어 오고 있다. 주차해 둔 차량으로 갔더니 마을 이장(?)분이 오셔 불상을 뵈었냐고 물었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한다. 불상은 오래전 도둑이 훔치고 가다가 개울 아래에 두고 도망 갔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사건으로 불두는 행방을 알 수 없으며 그로인해 마을 주민들의 심기가 불편하니 이해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 뵙고 온 불상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2011.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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