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
5년만인가? 다시 찾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추운 팔공산 산행을 위해 워밍업으로 가벼얍게 동동주 두 사발 즐겼다. 몸은 녹았지만 휴유증으로 짧은 산행내내 배가 불러 오히려 힘 들었다. 한시간 남짓 오르면 멀리 비로봉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얼마전 우리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런 기회를 실기하지 않으려고 억양으로 미루어 대구 지역민 보다 타지역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 분주해보였다.
동봉
지친 숨을 내쉬며 힘들게 계단을 올라가면 비로봉 3~4백미터 전방에서 길이 나누어 진다. 어느방향을 먼저 선택해도 마애불 2기를 만날 수 있지만 우측 방향 동봉으로 길을 잡았다. 동봉 정상 산행 후 다시 내려오면 바로 팔공산 동봉마애약사여래 입상이 위치한다.
누구였을까? 팔공산 정상 부근 자연암반속에 억겁 세월 주무시고 계시던 부처를 세상 밖으로 모시고 나오신 그분은 누구였을까? 천년 세월을 거슬러 장인의 신심과 시각이 듣고 싶은 나의 의사와는 달리 불상은 수없이 지나가는 산행객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계셨다. 레져인구의 증가는 반길 일이지만 팔공산 주봉인 불상 앞도 저자거리 처럼 번잡하지만 마음받쳐 불상을 바라보는 분은 드물어 보였다. 그냥 미안하여 배낭속에서 귤 3~4개 꺼내고, 생수 한 잔 조용히 올렸다.
마애부처님은 천년을 그자리에 서 계셨지만 헤아릴 수 없는 등산객의 발걸음으로 뒤로 넘어질 듯 하다.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동봉에서 마애불 바로 옆을 지나는 등산로를 폐쇄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보인다. 직선 능선 산행로를 반달형 우회로를 개설하면 넘어질 것 같은 마음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이 불상(佛像)은 전체 높이가 6m에 달하는 거대한 것으로 소발(素髮)의 머리와 얕은 육계(肉)를 가졌다. 두 볼은 풍미하여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띤 것과 잘 조화되어서 자비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직립(直立)한 발끝은 노출되었고 발가락의 조각(彫刻)도 뚜렷하다."
"왼팔은 가슴 앞으로 올려 장지를 엄지에 구부려 지물(持物)이 있는 듯이 보이나 확실치는 않다. 이 불상은 부분적으로 기형적(畸形的) 조법(彫法)을 보이나 거대한 입불(立佛)에 잘 조화되어 있는 의습(衣褶)이나 상호(相好) 등의 조각수법으로 보아 관봉(冠峰)의 좌불상(坐佛像)과 같은 시대의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다."...문화재청
개방된 비로봉을 거쳐 다시 삼거리 방향으로 하산하여 서봉으로 가는 산길에 작은 푯말이 보인다. 참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방방곡곡 옛님을 찾아 헤매이는 중생이 거주하는 대구의 영산 팔공산마애여래불을 처음 뵙다니... 그래도 용서 하시겠지요?
동봉부처님은 눈감을 시간조차 없을만큼 소음에 시달리고 계시지만 이 부처님은 거대한 바위를 병풍삼아 적막강산에서 천년세월을 좌정하여 산아래를 바라보고 계신다. 찾는 이가 드문 듯 공양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다시 귤 서너개. 샘물 한 잔을 곱게 올린 후 등지고 내려보는 세상이 내가 마애불이 된듯한 착각이 들었다.
팔공산 비로봉 마애약사여래좌상. 설명은 문화재청에서 가져왔다. 동봉 마애여래입상보다 이른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전해온다. 연화좌 위에 남서향으로 앉아 계신다· 머리는 민머리에 육계가 두툼하게 솟아 있다· 목에는 삼도가 뚜렷하며 법의는 우견편단이다· 오른손은 무릎 아래로 늘어뜨렸으며 왼손은 복부에 올려 약합을 들고 있다.
더구나 양쪽 손목에는 팔찌와도 같은 조각이 되어 있어 보주형의 화염과 당초문이 어우러진 광배나 두광의 표현과 함께 전체적으로 장식적이자 화려하며 동봉석조약사여래입상보다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민머리 위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이 큼직하며, 탄력있고 우아한 얼굴은 이목구비가 세련되고 단아하다. 둥근 어깨는 탄력있어 보이며, 허리는 잘록하게 표현되었다. 무릎에서 밖으로 내려뜨린 오른손과 무릎 위에 얹어 약 그릇을 들고 있는 왼손의 세련성 등은 이상적인 사실주의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 어깨를 감싼 옷은 몸의 굴곡이 드러날 정도로 얇은 편인데 옷주름은 자연스럽고도 규칙적이며, 가슴에서 옷깃이 한번 뒤집히는 등 8세기 불상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광배(光背)는 불꽃이 타오르는 모습으로, 머리광배와 몸광배가 표현되어 있으며 연꽃무늬와 덩쿨무늬를 정교하게 새겨 넣었다. 대좌(臺座)는 위와 아래를 향하고 있는 연꽃잎을 새겼으며, 이들을 받치고 있는 용 두 마리가 표현되어 있어 화려한 모습이다.
연화좌 양쪽 끝에 용두(龍頭). 거의 사례가 없는 독특한 유형이다.
천년세월 그자리에 계신다.
산아래 중생들을 구제하려는 일념 하나로........
2009.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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