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보성군

보성...봉릉리 인왕상

임병기(선과) 2009. 10. 3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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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봉릉리 청능 마을. 마을 입구 논두렁에 풀을 베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위치를 물었다. 마을을 통과하여 뒷편에 있다는 대답이었다.내가 유년시절에는 논두렁 풀베기는 소를 먹이는 농가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농민의 고령화 및 인구의 감소로 거의 사라져 가는 농경문화의 한 장면이다.

 

더불어 모를 내고 나면 논두렁을 진흙으로 입혀 두름에 콩을 심는 일이 바로 시작되었다. 할머니가 앞서 막대기로 홈을 내면 다른 분이 콩을 넣고 마지막으로 주로 아이들이 재와 거름을 넣어 흙으로 넘었었다. 대가족인 집안 농경지 부족으로 작은 공간도 그렇게 활용하며 살아온 지난날이 이제는 사라져 버린 우리 농촌의 모습이다.

 

그런저런 장면을 반추하며 마을을 벗어나니 논가운데에 인왕상이 멀리 보인다.

 

 

하체부분이 묻힌 인왕상

 

 

 

옛절터로 추정되는 논에 홀로 서있다. 석탑이든 금강문이든 홀로 있는 경우는 드물어 본래 두 기로 믿고 싶다.석조 인왕상은 하체부분이 논두렁에 묻혀 있지만 상체는 잘 보존되어 있다. 양쪽팔은 근육이 강하게 표현되어 강인한 인상을 풍기며 가슴 역시 볼륨이 크다. 얼굴은 고개를 많이 틀어 옆으로 비스듬히 보고 있다.

 

 

돌출된 상투, 눈은 크게 부릅 뜬 모습이고, 뭉뚱하고 넓은 코. 입은 마모가 심하며 귀는 짧다. 오른손은  권법자세를 취하였고 왼팔은 허리춤에 대고 있다. 여느 인왕상 처럼 상체는 옷을 벗었다. 인왕의 지물은 표현하지 않았다.조성연대는 고려시대로 추정된다고 한다.

 

 

주변에 흩어진 주초. 장대석. 석탑 부재

 

 

율포의 기억...문정희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소금기 많은 푸른 물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바다가 뿌리 뽑혀 밀려 나간 후
  꿈틀거리는 검은 뻘 밭 때문이었다
  뻘 밭에 위험을 무릅쓰고 퍼덕거리는 것들
  숨 쉬고 사는 것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먹이를 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왜 무릎을 꺾는 것일까
  깊게 허리를 굽혀야만 할까
  생명이 사는 곳은 왜 저토록 쓸쓸한 맨살일까
  일찍이 어머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간 것은
  저 무위(無爲)한 해조음을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물 위에 집을 짓는 새들과
  각혈하듯 노을을 내뿜는 포구를 배경으로
  성자처럼 뻘 밭에 고개를 숙이고
  먹이를 건지는
  슬프고 경건한 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200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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