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보성군

보성...유신리 마애여래좌상

임병기(선과) 2009. 10. 2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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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리 오동사터.반석리 석불좌상은 몇해전 유현과 함께했던 답사지여서 건너 뛰었다. 새벽부터 시작된 동선. 그마지막이 유신리 마애여래좌상이다. 내가 잘못 본 것일가? 일월사 절집 방향 입간판에 표기된 안내문 외에는 어떤 이정표도 없었다. 국가 문화재인가? 일월사 소유일까?

 

찾아온 객에게 인사는 커녕 멀뚱멀뚱 바라보는 분은 누구였을까? 이시간이면 누구나 마음이 고요하고 따뜻한 시간일텐데, 그래서인지 절집 분위기는  안온한 느낌과는 거리가 먼 황량한 느낌. 정리되지 않은 주변 환경으로. 마음이 심란했지만 어둠이 내리기전에 마애불을 만나야만 하기에 멀리 보이는 보호각으로 향했다.

 

 

문화재청 자료에는 보호각이 없었다.  보호각일까? 거의 감금된 모습 아닌가? 분명 국가 예산으로 설치되었을 전각이지만 지나치게 크게 조성하여 마애불은 평생 그늘속에서 지내야만 될 것 같다. 주변 풍광과 조화로운 보호각 설치는 우리 세대에서는 요원한 바람일까?

 

 

문화재청 자료를 가져왔다. 율어면 거의 전체를 병풍처럼 둘러 감싸고 있는 존제산의 북쪽 기슭에 새겨져 있다. 거대한 화강암의 바위에 한쪽 면만을 도드라지게 새긴 마애불(磨崖佛)이다. 이곳은 고려시대에 세워진 존제사(尊帝寺)의 절터라고 전해오고 있는데 다른 유물은 발견되지 않고 기와조각만이 흩어져 있을 뿐이다.

민머리의 중앙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육계)가 있고, 둥글고 원만한 얼굴을 하고 있으나 코와 입부분이 파손되었다. 둥글고 탄탄한 어깨는 전체적으로 안정감과 자비스러움을 풍기고 있다.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은 양팔에 걸쳐 무릎을 덮었는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어깨 부분이 별도의 쇼올을 걸친 것 같이 표현되어 매우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두 손은 가슴에서 모아 엄지와 검지를 맞대고 있는데 설법을 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머리광배와 몸광배는 2줄의 선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선 안에는 구슬 모양을 조각하였고, 머리광배와 몸광배의 바깥부분에는 불꽃무늬가 생동감있게 조각되어 있다.

 

 

대좌(臺座)의 아래 부분에는 아래로 향한 연꽃잎, 가운데 부분에는 기둥과 구슬 모양을, 윗부분에는 위로 향한 연꽃잎을 조각하였다.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고려 초기의 우수한 작품이다.

 

 

문화재청 자료에 실린 마애불과는 전혀 다른 부처님이다. 퍽이나 낯설다. 바위의 재질이 하루 아침에 바뀔 이유는 없기에 분명 이끼를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뽀얀 마애불은 의도대로 된지는 모르지만 정, 고고한 분위기를 잃어 버렸다. 고이는 빗물 처럼 서글픔이 밀려와서 마애불의 눈을 피한 채 삼배를 올리고 황급히 절집에서 내려왔다.  

200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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