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교행이 불가한 좁은 길을 멈추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까닭은 사전답사를 한 가인강산님의 수고 덕분이다. 일행은 차창을 스치는 산바람, 길 옆 풀숲의 빨간 산딸기, 구지뽕나무 오디에 탄성을 지르며 초하의 풍경을 만끽한다.
넓은 주차장을 거쳐 잘 정돈된 성불암 중정을 오르면 팔작지붕의 대웅전이 날개를 접고 둥지에 귀소하는 모습으로 반겨준다. 금당에서는 소리없이 찾은 방문객의 소란스러움에도 낭랑한 염불소리가 낮게 깔리어 암자를 멤돌았다.
여러기의 석조부재가 흩어져 있는 중정 가장자리에 오층석탑이 위치해 있다. 중정 중심축에서 벗어난 경우는 이건된 탑이거나, 풍수지리 비보탑, 재해와 천재지변으로 금당 이건 등으로 크게 대별한다.
주흘산 중턱에 위치한 성불암 탑은 의성군 고운사 산내 암자터에 있던 것을 1986년 현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지대석 위에 오층탑으로, 상륜부에는 보주만 보인다. 탑신부나 옥개석에는 특별한 문양이 없으며 옥개석은 두텁고 추녀 반전이 급격하다.
무덤덤하고 수더분한 석탑이었지만 석공은 지붕돌 추녀 아래에 연꽃봉오리를 새겨 은근히 멋을 부렸다.
가벼운 비가 내리는 가운데 비구니 스님의 염불은 끝이 나고 우리가 2기의 신장상 존재유무를 확인하니 주지인 혜소(慧沼) 스님은 선방으로 일행을 안내하시었다.
1986년 당시에 2기의 신장상도 있었지만 일반 민가 묘지의 석물로 인식하여, 성불암에 머물던 스님의 붓글씨 선생에게 주었으며 현재는 소재지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탑신석
스님은 요사에 오래된 탱화를 보여주신다며 거처로 안내하셨다. 마치 구중궁궐과 대가집 별당채 처럼 깊은 금남의 구역에 탱화가 있었다. 벽면에 걸린 탱화는 은근한 느낌의 아미타 탱으로 아미타처님을 본존으로 좌우에 본존을 향해 합장하는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을 그렸다.
스님이 김룡사에서 등에 지고 가져온 탱화에는 "세존응화 2940년 계축 9월15일"로 기록되어있다. 불기 2940년이란 의미로 서기 1913년 이다. 불기가 통일되기전의 년대로 현재에는 1957년 동경에서 개최된 제1회 불교대회 이후 1957년을 불기 2500년으로 통일되었다.
짧은 만남과 인연이 애닲아 100년이 된 아마타 탱이 우리의 발길을 잡으려는듯 탱화를 보고 나오는 성불암 중정에는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졌다. 마루에 앉아 넋놓고 빗줄기를 응시하는 우리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혜소스님은 마음을 담아 음료수를 건내신다.
절집과 스님에게 받은 선물은 바로 갚아야한다며 금당으로 향하는 우리카페 탑돌이의 뒷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답사란 마음공부이며 情입니다.
2009.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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