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평택시

평택...심복사 삼층탑.비로자나불

임병기(선과) 2009. 4. 8. 07:37
728x90

 

 

일주문

 

 이른 아침. 아직 적막한 길을 달렸다. 평택.첫걸음이다. 조부님에게 유년시절부터 수없이 많이 들었던 "평택. 우리의 관향은 평택이며 충민공 할아버지의 몇대 손이다." 문득 돌아가신지 33년이 된 조부님이 생각났다. 조심스럽다. 어디선가 어느 마을에선가 일가라며 반갑게 손을 내밀 어르신을 만날 것 같았다.

 

 

텅빈 심복사. 적막강산이다. 스님들은 어디로 가셨을까? 주승도 안계신 절집 내  발걸음이 더욱 요란스럽게 다가온다. 주초. 석주군... 눈으로 말을 나누어도 옛날이 떠오른다.

 

"심복사의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 수 없으나, 신라 말엽에 창건되었다는 설화가 전한다. 1936년 중건불사 때 발견된 기와에 1575년(선조 8) 3월이라는 명문이 적혀있어 이 때에 중창불사가 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부재도 수줍은 모습이다.

이른아침에 들린 객에게 낯가림 하는가 보다.

 

 

대적광전으로 향하는 계단 끝의 석인상. 사찰장승은 아닌 듯하며, 묘앞의 문인석으로 생각된다. 

 

 

대적광전 중정의 삼층석탑. 단층기단. 옥개석과 몸돌은 두 기 이상의 탑의 부재로 보였다. 기단에는 우주와 탱주,몸돌에는 우주를 세웠고.옥개받침은 삼층부터 4*3*3, 낙수면은 평이하다.

 

2.3층 몸돌은 복원하였으며 상륜에 노반과 보주가 남아 있다. 고려초 석탑으로 알려져 있다.

 

석탑은 해질무렵이 최고이지만. 남원 실상사 쌍탑을 새벽에 만난 후부터는 그런 감성도 퇴색되었다. 이른 아침에 만난 심복사 석탑도 치렁치렁 늘어진 삼단 같은 머리를 곱게 빗어 내린 낭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대적광전 꽃창살.

 

 

대적광전 비로자나불. 상.중.하대의 연화대좌. 자료를 준비하지 못한 탓에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상대에는 앙련, 중대에는 두마리의 사자가 상대를 받치고 있다고 했지만 귀한 유형을 놓쳤다. 우리님들 혹여 답사 기회가 있으면 사진을 꼭 올려주길 바란다.

 

나발. 나지막한 육계가. 삼도가 표시되어 있다. 어깨가 신라전성기의 당당한 모습에 비해 섬약해보인다. 통견,습의는 무릎을 덮고 있으며 승각기에는 매듭이 곱다. 9세기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 추정한다.

 

심복사 비로자나 불상의 전설을 옮겨온다.

 

옛날 파주 문산포에 천문을(千文乙)이라는 어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이곳 덕목리 앞 아산만에 이르게 되었다. 고기잡이에 열중하고 있던 중 그물에 무엇인가 걸렸다. 그물을 당겨보니 큰 돌이었다.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다시 바다에 그물을 던졌다. 얼마 후 그물에는 또 무엇인가 걸린 듯하였다. 건져보니 이번에도 돌이었다. 이상히 여겨 살펴보니 그것은 불상이었다.


깊은 불심을 지니고 있었던 어부는 부처님 앞에 여러 차례 절을 올렸다.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어디든지 모셔야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절터를 찾아 근처 고등산으로 향하였다. 이상하게도 등에 지고 있는 부처가 새털같이 가볍게 느껴졌다. 얼마쯤을 왔을까. 그렇게 가볍게 느껴지던 부처가 갑자기 무거워지며 발길을 옮겨놓을 수가 없었다. 어부는 이곳이 부처님을 모실 곳인가 보다 생각하고 그곳에 모시기로 하고 산을 내려왔다. 그러나 어부에게는 걱정이 있었다. 부처님을 모시자면 당연히 법당이 있어야 하는데 나이 든 혼자의 몸으로 어떻게 불사를 한단 말인가.

 

걱정을 하다가 늦게야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어부는 꿈에서 부처님을 만났다. “걱정하지 말거라. 바닷가에 나가 보면, 난파된 배가 있을 것이니 그 재목을 써서 건물을 짓도록 하고, 또한 바닷가에는 검은 소가 있을 테니 그들을 끌어다가 법당을 짓도록 하여라.”

잠시 동안의 일이었지만, 그 모습은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어부는 날이 밝자마자 바닷가로 달려갔다. 그 곳에는 난파된 배의 잔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멀리 검은 소 세 마리가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었다. 어부는 그 자리에서 몇 번이나 꿇어 절을 올리고, 그 재목을 가져다가 불사를 하고, 바다에서 건진 부처님을 모셨다. 이 절이 지금의 심복사라고 한다.

 

 

비로자나불을 뵙고 돌아서 심복사를 나오는 길. 포행을 마치고 스님들이 돌아오고 계셨지만 뭔지 모를 분위기를 깨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 눈빛으로 인사하고 조용히 합장했다.

 

2009.03.16 

728x90
728x90

'경기도 > 평택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택...대동법 시행 기념비  (0) 2013.03.05
평택...덕암사 석불좌상  (0) 2013.03.04
평택...팽성읍 객사  (0) 2013.03.03
평택...용화사 석불입상  (0) 2013.03.02
평택...만기사 철조여래  (0) 200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