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부소산성 아래 여관에 짐을 풀었다. 넉넉한 인상의 사람 좋아보이는 안주인은 여행오셨냐는 질문과 함께 부소산성 문이 닫혀 돌아왔다는 내이야기에 항상 열린 길을 안내해주시겠다며 앞장를 서신다.
모처럼 만에 느껴보는 우리네 여관집 아낙의 포근한 정이다. 하지만 달빛에 희롱당할 감성도 내게는 고갈되었고, 아직도 부여라는 고도의 애잔한 편견 때문에 마음이 쉽게 내키지 않았다. 그런 감성의 심연을 눈치채듯 새벽에도 달은 귀가하지 않고 슬며시 내손을 잡는다. 애잔함도, 처연함도 좋아하고 즐기며 누릴 연배가 되었다고 속삭이면서...
부소산성. 1500년 전 백제 전성기 성왕이 쌓은 것으로 전해오며 산정상을 둘러싼 테뫼식 성이었지만 지금은 부여 사람들의 공원, 아니 정원 같다. 이른 아침에도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여념이 없다. 부여 사람들에게는 잊혀진 역사이건만 여행객에게는 되살아나는 백제의 향기란 말인가?
서복사지
입구 문화재 발굴현장을 공개한다는 고마운 안내문이 보이지만, 목욕하는 여인네를 훔쳐본다는 상상 때문에 고개를 돌렸다.
매표소에서 좌측 길을 올라가면 처음 만나는 서복사지는 백제시대의 가람으로 몇차례 발굴을 통하여 중문. 탑. 금당. 회랑등이 남북자오선상배치이며 강당이 없는 특이한 구조이다. 발굴유물로는 금동풍탁, 벽화. 소조불상. 와당. 치미. 요대 등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백화정
승리자의 기록 때문에 정사를 멀리한 의자왕은 바람둥이 군주가 되어버렸다. 보아라! 결정적 물증이 여기 있지 않은가? 김부식의 열변이 백마강을 휘젓는 듯하다.
훗날 매장된 사국사기(?)가 발견되는 날 명예회복이 될런지...
낙화암 고란사 사자루를 거쳐 산보하듯 되돌아 걷는다. 아뿔싸!! 평범한 길이 산성 정상처럼 보인다. 숨겨진 역사의 질곡이 농축되어 선문답 하듯 '산성은 산성이다'라고 미소를 짓건만 난 가섭존자가 아니다.
반월루
반월루에서 바라본 고도 부여. 이제막 세안을 마친 마알간 얼굴이다. 화려함 보다는 검박함으로 대변되는 백제문화의 정수를 살며시 드러낸 듯한...
군창터
영일루
부소산 동쪽 봉우리로 해맞이했던 장소로 경북 영일과 한자음도 같다. 하지만 영일루는 고종연간의 관아문이었던 '집홍정'를 고쳐 불렀다고 전해온다.
기왕 복원하려면 지근에 위치한 동헌과 객사 건물 정문으로 이건하여 제자리로 돌려주고, 고증을 거쳐 집홍정을 복원하면 어떨까?
삼충사 중문
2시간이 소요(所要)된 새벽 부소산성 소요(逍遙)의 대미, 또한 백제의 역사를 되살리게 한다.
삼충사당
2007.0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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