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부여군

[스크랩] 부여...낙화암,고란사

임병기(선과) 2008. 6. 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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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의 밤...김영천


불 탄 쌀알 같이 깜깜한 어둠이
낮은 등성이를 감쌌다
손에 손을 마주 잡고서야 겨우 길눈이 트이고
절벽은 에둘러 난 소롯길로도 충분히 깊었다
꼭 언젯적 절망처럼
한 발, 한 발 그 앞이 허방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그 어둠 속을 관통하고서야
어둠도 때론 빛난다는 것을 알았다
깜깜하게 가려져 보이지 않던 마음 속까지
그런 타방의 세상까지도 환해져
우린 서로를 속속들이 알아진 것처럼 얼마나
기꺼워했던가
비로소 도착한 강안에서야
의례 또 한 차례의 정적과 권태와 무심이
게으르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반딧불만한 작은 빛 한 조각 조차도 놀랍게
반가운 것이어서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며
이젠 그런 하찮은 빛이라도 발견해야겠다는 것이니,
아아, 나는 그대들을 찬찬히 더듬어 갔다

마침내 함께 빛이 되었다

 

그냥 바라 보았다. 좋았다. 콧등이 시큰거렸다.

 

안개 피어난 백마강 아침

 

주절거림은 이시간의 아름다움을 찬탄한 앞서간 님들에게 결례를 범하는 일이다.

 

 

낙화암에서...김경숙


백화정 아래 피어 난
발그레한 복사꽃
고운 님들의 넋이런! 가

교교히 흐르는 백마강
바라보는 눈빛이 애절타

어이 하리오
꽃잎 흩날리는데

어이 하리오
시린 물빛 위로
유람선 떠다니는데

참았던 눈물
쏟아 낼 것만 같은
회색 빛 하늘,
더딘 발길 재촉하는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구성진 가락만이
슬픈 기억 읊조리며
세월을 되감는다

 

발걸음도 조심스러운 고란사.

 

지나간 옛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누각 회고루도 이제 막 이부자리를 걷고 있다. 

 

범종각에는 영혼을 울리는 영종각 현판이 걸려있다. 백제의 아픈 역사 만큼 처연한 느낌이다.

 

 

고란사에서...오탁번



고란사 뒤안 절벽 바위 틈에서
한사코 몸을 숨기는
눈썹만한 그대여
낙화암 푸른 전설 다 안다는 듯
천년 묵은 소나무는
굵은 뿌리를 바윗가에 드러내고
강물결 춤출 때마다
금빛 솔잎 따갑게 흔들리는데
눈씻고 보아야
겨우 눈에 띄었다가는
햇빛 비치면 다시 몸을 숨기는
고란초여
이제는 다 흘러가버린
천년 전의 사랑
아직도 못 잊겠다는 듯
그늘에 숨어서도
제 모습 부끄럽다 하네
비에 젖은 눈썹 훔치며
목숨과 바꾼 사랑
남 몰래 속삭이고 있네

 

삼라만상이 막 잠에서 깨어난 시간. 부지런한 스님은 벌써 마당을 쓸고 계신다.

 

인사마져 소음으로 들릴 것 같아 살며시 예를 갖추었다.

 

노주석 간주위에 석불도 벌써 일어나 예불까지 마친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삼천궁녀를 따라 낙화암에 산화했는지 님은 자리를 비웠다.

 

혹 승리자의 역사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영혼을 찾아 만행길에 오르지는 않았는지...


 

518년 일본 소녀 3명이 고란사에 유학을 왔었다.


 

백제의 왕들은 고란초를 띄운 물을 마셨다고 한다.


 

  삼천궁녀? 김부식은 헤아려 보았을까? 


 

일본에 불교를 전래하는 내용의 벽화.

 

백제왕이 음용했다는 고란정에는 때묻은 동전만 널부러져 있고, 나는 오늘도 예전처럼 고란초를 찾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냥 바라만 보고 스님도 나도 말이 없었다. 이제야 예를 갖춘다. 성불 하십시요 ()()()


2007.03.12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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