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민초의 얼굴 / 화순 대리 석불 입상

 
항상 우회도로가 문제다. 그냥 옛길 따라 가다가 십중십구(?) 헤매이게 되는 것은 화순읍내의 대리
석불입상도 예외는 아니어서 눈앞에 두고도 도깨비에 홀린 혹부리 영감처럼 시간을 허비했다.
하지만 철길을 지나고,논두렁을 걸어본 지가 언제였던가? 
이런 맛이 답사의 또다른 일미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석불은 들판 가운데 당산나무(?)아래서 멀리 능주로 가는 길을 향해,  무엇이 즐거운지 입가에 생글
생글 천진무구한 아이의 웃음을 지으며 서 있다.
뒤에서 보면 영락없는 선돌모습의 돌기둥이며,뭉뚱한 코에 삼도가 없어 목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모호하고, 선각으로 처리된 형식화된 옷주름 등 어디를 보아도 절집에서 경배의 대상이었던 불상의
근엄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진...상감마마

선각처리된 연꽃 때문에 관음보살, 보관이 없어 민머리의 지장보살로 보는 등 보살의 도상적 특징이 있지만 석장승으로 부른들 뭐 어때? 실제로 석불이 위치한 자리가 주변정황을 미루어 볼 때 가람의 배치를 추측하기는 힘들고, 전남지방 특유의 茅亭이 위치할 장소와 너무나 잘 어울려 보이며, 현재도 큰 나무가 있어 여름날 쉼터 역활을 충분히 할 휴식공간으로 판단 되어진다.

 

 

다시말해 대리 석불은 오히려 동리의 안녕과 기복을 비는 장승으로 보아도 좋으며 일반적으로 석장승 출현 시기를 양란 이후로 보는 것은 17C-18C는 임란, 병란의 영향으로 유교 질서, 상층 문화가 쇠약 해진 반면 기층의 문화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시대로 여기기 때문이다.

 

2005.03.22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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