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화순군

[스크랩] 화순 / 쌍봉사...해탈문을 들으서며

임병기(선과) 2008. 6. 6. 08:09
728x90
 
뒤에 탄 유현은 잠이 든 듯한데 순간순간 동굴속 박쥐처럼 방향감각을 잘도 잡는다. 나도 모르는
보성으로 가는 길도 염두에 두고 있었고,헌데 바로 해탈문이다.성과속의 경계를 넘어 미혹과 깨
달음의 이분법으로 도식화 하려는 듯이 보이지만 해탈문이 곧 불이문이니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만, 쌍봉사의 배치를 고려, 평지 가람에서 대웅전과의 동선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송광사의 말사인 쌍봉사는 여느절집과 달리 창건주 철감선사의 호를 따서 절집이름을 붙였으며
철감선사 쌍봉스님이 이절에서 머물며 일가를 이루었고, 철감의 선맥을 이은 징효는 강원도 영월 
흥녕사 에서 사자산문을 개창 하였으니  철감선사를 사자산문의 개산조로 보는 것은,가지산문 
보림사의 도의,보조와 같은 맥락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대웅전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밭에서 일하던 촌로가 불속에 뛰어 들어 불상을 옮겼다고 하는 안내문
을 읽고 있는 등 뒤로 유현이 예전에 스님에게 들었다며  "그 불상의 무게가 두 사람의 힘으로도 들 
수 없는 무게였고",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젊은 아난, 나이든 가섭 존자가 협시로 계
시며 대둔사에서 협시불이 헷갈렸다며 바로 잡는다.
대웅전 앞에 서로 멀리 떨어진 괘불대와 위치를 보아 보림사를 머리속에 그려보면 현재의 목탑형
대웅전이 목탑이 있었으며, 뒤편의 현재 극락전 자리에 주불전이 있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것
같다.
외관상 3층 통층 구조로 보이는 대웅전은 1층에 우물천장으로 막아 중층의 구조이나 2,3층은 통층이
아닐까?
어쨓거나 이제 겨우 성년에 접어든 사모지붕 대웅전은  칼라펄한  처녀의 풋풋함을 떠올리게하고, 
사진속에 남은 팔작지붕 대웅전은 저 건너 돌담과 요사와 어울려, 고향집 문위의 액자속 흑백사진을
생각나게 하는데, 이런 심사를 눈치라도 챗는지 절집 청소를 하시던 스님들의 대나무 태우시는 
소리가 요란하다. 
탁탁탁!!! 잡놈 물러 가거라!
호남 지방 관음전,원통전에서 보이는 丁자형 전각이, 쌍봉사의 신축불사한 처음 들어보는 '호성전'
전각에서도 보여 의아스러운데 더 놀라운 것은  텅빈 전각 내부이다.
추측컨데 쌍봉선사, 징효선사 진영을 모실  조사전과 같은 전각으로 보이나, 비움의 의미를 다
른방향으로 전개해가는 나에게 유현이  젊은 아그들은 T자형 건물이라 부른다며, 나를 노약자 반열에 
올려버리지만, 에고 어쩔거나? 지놈이 불혹이면 나는 지천명인 것을, 내가 마음을 비우고 나니 극락전 
목조 아미타불과, 명부전 목조 지장보살이 나의 어깨를 다독거려주시는 듯하여, 철감선사 부도 알현하러 
가는 발길이 가볍기만 하더라.
스님의 무덤인 부도가, 후학들의 종조 받들기, 파벌의 시초, 지방호족의 부의 과시 수단으로 태동
되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날 부도비와 더불어 당시의 미술, 건축,사회상, 문화사조 흐름을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임에 분명하니 오늘날 졸부들의 행태도 훗날 박수를 받을 수 있를려나?
비 내리는 날 가장 어울리는 부도가 쌍봉사 부도라고 유현이 말하거나 말거나 상감은 굴러 들어온
20만원 일감을 받을려고 부도전을 오염시키며 목소리 높히고, 나는 철책 넘을 궁리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널리 회자되는 부도의 하나인 쌍봉사 부도는 팔각원당형에 팔각 지대석,
2단을 이룬 하대석에 구름무늬, 상단에 사자를 조각하고, 상대석에는 앙련 위에 8각 대석이,안상
에는 가릉빈가가 새겨져 있으며, 탑신에는 연꽃무늬가 둘려 있다. 탑신은 우주, 문비,신장상,비천상이 
조각되었고, 옥개는 겹처마가 뚜렷하고 기왓골, 암막새,수막새에는 연꽃무늬까지 새겨져 있어
당시의 목조 건축 양식을 추측하게 한다. 
미적 감각이 무딘 나는 신라말의 화려한 팔각원당형의 부도보다 석종형 부도를 좋아하지만 철감
선사 부도를 비롯, 연곡사.태안사의 부도를 보면 입을 다물 수 가 없다.
모르긴해도 전라도 지역에서 최고로 가는 장인의 기술력, 돈독한 신심,탄탄한 재력의 후원은 물론,
운, 타고난 운이 아니라면 아차하는 순간의 실수로 도루묵이 되는 상황이니, 혼자의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출중한 능력이라도 주위의 도움이 없이 혼자서는 불가한 팀웤의 산물로 보고싶다.
작년 코리안 리그에서 10회 노히트노런을 해도, 기록인정은 고사하고 승리 투수도 되지 못했던 
배영수 삼성투수를 떠올리면 천박한 비교에 불과할까?
상감의 느릿느릿한 감상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지만, 유현의 추임새도 그만이다. 비신이 사라지고
이수에도 귀꽃(?)한 송이가 멸실된 부도비를 바라보며 상감에게 귀부의 한발이 들려있다고 했더니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동작을 표현한 것이란다.
내눈엔 비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열을 받아, 그것도 모르는 체 다가와서 횡설수설 하는 놈의 
얼굴에 입에 문 여의주를 강하게 내뱉기 위한 준비동작으로 보이는데...
2005.03.21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메모 :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