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강진군

[스크랩] 남도땅 답사 1번지 / 강진 백련사

임병기(선과) 2008. 6. 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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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동백숲길에서

고재종
 
누이야. 네 초롱한 말처럼
네 딛는 발자국마다에
시방 동백꽃 송이송이 벙그는가
시린 바람에 네 볼은
이미 붉어 있구나
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
내 딛는 발자국마다엔
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
검푸르게 얼어붙은 동백잎은
시방 날 쇠리쇠리 후리는구나
누이야. 앞바다는 해종일
해조음으로 울어대고
그러나 마음 속 서러운 것을
지상의 어떤 꽃부리와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너인가
그리하여 동박새는
동박새 소리로 울어대고
그러나 어리석게도 애진 마음을
바람으로든 은물결로든
그예 씻어 보겠다는 나인가
이윽고 저렇게 저렇게
절에선 저녁 종을 울려대면
너와 나는 쇠든 영혼 일깨워선
서로의 無明을 들여다보고
동백꽃은 피고 지는가
동백꽃은 여전히 피고 지고
누이야. 그러면 너와 나는
수천 수만 동백꽃 등을 밝히고
이 저녁. 이 뜨건 상처의 길을
한번쯤 걸어 보긴 걸어 볼 참인가
사람의 욕심이란 끝도 없겠지만 답사 때 마다 안타까운 것이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님과, 님이 아니면 
놈이라도 함께 와보는 것이다. 푸르른 보리밭에서든, 동백꽃 그늘 아래서이든 분위기와 매칭되는 멋들어진 
시 한수 낭송해 줄 님과 언제쯤 손 잡고 거닐 수 있을까?
제기럴! 언감생심 내게는 일장춘몽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우칠 요량으로 상감이란 화상은 하루의 시작이 
12시라며 단청불사(?)를 위하여, 안료 캔을 요란스럽게 따고,유현이랑 화상은 적어도 단청쟁이의 심정적 
동조자가 되어 마부꾼의 심사를 건드리고 있다.
이도저도 아닌 무미건조한 인간이라도, 백련사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울창한 동백숲을  걸어 올라 가고프단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마주칠 만경루의 위풍당당한 기세에 지레 기가죽었는지, 법당 앞까지 직진하는 나에게
쾌재를 부르고 있으니...
839년 성주산문 무염국사의 창건 여부의 오류를 떠나 백련사는 두어번 전성기가 있었으니, 무신정권이 
들어선 후 혁명이냐,구데타냐 등등 그들의 정권 찬탈의 정당성을 홍보 및 지배 이념을 갖추기 위해 과거 
왕권, 귀족,교리 위주의 교종을 배척하고 불교계를 결집한 것이 이른바 결사 였으며, 그 중심에 송광사를 
중심으로한 보조 지눌의 수선결사와, 요세스님의 백련사를 중심으로 한 백련결사로, 이후 무신정권과의 
우호관계로 인해 사세가 확충되고 여러명의 국사가 배출되었으니 백련사가 꽃이 만개한 시기라 하겠다.
건방진 이야기지만 망해 가던 신라말에 구산선문, 고려 무인정권의 결사, 조선의 유교도입, 박정희의 
일련의 정책, 전두환의 삼청교육대, 프로 스포츠 창설, 김영삼의 세계화, 김대중의 햇볕정책,노무현의 
과거사, 보안법 입법화 등도 정권창출, 찬탈의 당위성과 국민의 위무책 및 과거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
시키기 위한 영속성이 결여된 미봉책으로 판단되는 것은 나만의 오류일까?
아무튼, 무신정권과의 밀월로 꿈같은 시절을 누렸지만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란 말처럼 무인정권의 
몰락과 함께 무너지고, 그런저런 사찰로 유지해오다 혜장스님이 활동한 19세기에 다시 역사의 전면에 
나타나게 되지만,아마도 백련사가 전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기는 바로 지금임에 분명하지 않을까? 
나의 문화유산 답사 1권 첫장을 장식한 유홍준 청장의 남도 답사 일번지라는 글로 인해서...
유현의 말대로 일년에 한번 신도들의 보리, 쌀 한말 보시로 유지하던 사세가 최근에는 무통장 입금 시키는 
손 큰 보살들로 인해 무차별적 불사가 이루어 지고 있으니, 백련사도 시류에 충실하게 불사가 진행중이지만, 
조만간 자금 부족으로 인해 저아래 주차장 근처에서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을까? 그러다 식객의 발길이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나의 조부님이 늘 그러셨는데 "절집이나, 사람이 사는 집이나 사람이 버글버글해야 
한다고..."
구강포를 가로막는 만경루가 눈에 거슬려 애써 외면하며 원교의 글씨인 대웅보전 법당 삼존불을 뵙고 
벽화를 보는 순간 머리가 아프다. 선종의 6조 혜능이 5조 홍인으로 부터 인가를 받는 육조 도정도는 
그 주인공을 알겠으나 팔을 잘라 도를 구하고 인가를 받는  단비도의 주인공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명부전 주위를 배회하는 유현을 불렀더니 달마-혜가-승찬-도신-홍인-혜능조사는 물론 남종,북종까지 
술술술 흘러 나오니, 저놈의 뱃속에는 불교철학(?)만 가득할거야 분명히!!!
고려시대 원묘의 부도비 귀부에 조선 숙종시의 비신과,이수를 세운 사적비 앞에서 창건연대와 귀부, 
이수의 양식 변천에 이야기를 나누며, 공양간으로 향했으나 무슨놈의 백장청규를 찾는다고 일일부작, 
일일부식을 앞세워, 한끼 공양할려면 두시간 원력을 해야한다고 뒷걸음만 친다. 이런놈의 화상들! 
참 늘푼수도 없다. 한놈의 구두선이면 세명의 오장육부가 극락세계일텐데......
2005.03.21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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