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군위군

[스크랩] 군위 / 간동 마애불...마누라와 둘이서

임병기(선과) 2008. 6. 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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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새벽잠이 없는 놈인지라 장인장모님을 시골에 모셔드리고 와도 8시도
안되었지만 괜히 베란다 문을 크게 여닫고 티비 불륨을 높여 보지만 마눌도
아이들도 한 밤중이라 컴을 켜고 답사할 군위을 뒤져보지만 대부분 몇 차례
답사했기에 마땅히 동선이 그려지지 않는다.


어제 저녁부터 모처럼 가족나들이를 부추겼지만 중간고사가 끝났다고 친구들과
일욜 약속 있다는 딸뇬, 한문 자격 검정 시험 준비해야한다고 한 발 물러서는
아들놈, 그렇다고 마눌도 흔쾌히 나서기 보다는 역마살 중증환자인 남편을 위해
따라가 준다는 눈물겹도록 고마운 명분이니 나의 위상, 권위는......


중앙고속도로 변에 펼쳐진 산야는 히멀건 빛깔이건만 마눌은 기선제압 목적의
“참으로 단풍이 곱구려” 라는 멘트로 배지기가 들어오지만 마눌이 아직 배지기의
최대방어는 안다리걸기라는 것을 모르는구먼.

“단풍이 곱기로서니 자기 마음만큼 곱겠는감?” 으로 한 방을 먹이고 오늘여정의
쉽지 않을 사랑싸움을 위해 전술, 전략을 머리에 그려보지만 저놈의 여편네는 이미
서방님 머리 꼭대기에서 나를 내려보고 있을 터인데...


군위 IC에서 내려 효령으로 방향을 잡자 달리는 링 위에서 탐색전으로 일관하며
잽으로 견제하던 나의 얼굴에 강력한 펀치가 들어온다,
“뭐가 급하다고 고속도로로 오느냐! 통행료 2000원을 날리면서...” 하긴 군위 IC
에서 효령 방향이 군위 쪽인 줄 알았던 내 잘못이기에 꿀 먹은 벙어리 일 수밖에...


태조 왕건은 신라가 하대에 왕권이 붕괴된 것이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지방 호족
세력의 발원도 원인의 하나로 여겼기에 왕권 강화의 목적으로 온갖 잡놈들과 혼인을
맺어 수십의 마눌을 후처로 두었으며,또한 개국에 공헌이 있다는 명분으로 성을내려
많은 이에게 관향을 뿌린 것은 물론이고,후삼국 시대에 조금이라도 연이 있는 지역은
고유의 지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명을 바꾸었는데,특히 팔공산 동수전투에서 견훤
에게 대패한 후 도망 길이었던 루트의 지명은 거의 왕건의 작품이다.


군위 역시 왕건과 관련 있는 지명으로 왕건이 후백제의 신검을 치러 이 땅을 지날 때
고려 군사의 위세가 당당하여 군위(軍威)라고 명명되었다고 전해진다.
군위는 왕건 관련 유적도 많지만 팔공산자락에 펼쳐진 불교문화유산도 많은 편이라서
안동으로 가는 국도 변에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넉넉하고 푸근한
마애불이 있다.


높지 않은 암반에 돋을새김과 선으로 그려진 크지 않은 마애불은 자연암반으로 닫집
형태의 덭개석이 있어 미륵불의 일반적 특징으로 보면 미륵불로도 여겨지나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어 지장보살로도 보인다.

허나 좁은 참배공간은 어느 님의 정성인지 정갈하며, 마누라는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마음을 담은 보시를 한 후 마루바닥위에서 삼배를 마치더니 “자기는 매일 절에 다니
면서도 삼배도 안 올려욧!“
참 나 원 니 마음이 내 마음이잖아!!!

여기까지는 그래도 마이 페이스였는데...

2003.10.26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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