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예천군

[스크랩] 예천 / 세금 내는 소나무...석송령

임병기(선과) 2008. 6. 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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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한 예천이 고향인 상감마마 덕에 길품을 덜 팔고 석송령을 향하는 길이 즐겁지만 
그보다 상감의 고향 이야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들을 수 있어 기분 좋은 답사길 이다. 
양궁의 여걸 김진호의 향리이고, 양궁 장인이 살아 계신 예천을 거론하며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석송령이다.


*석송령- 세금내는 소나무 전국에서 유일하게 세금을 내는 영험한 소나무라고 石松靈으로 이름 붙였는가? 이런저런 상념에 잡혀 석송령에 다가서니 마치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를 연상케 하고 굳이 차이를 찾자면 한일자(一)로 뻗은 가지가 이채롭지만 시멘트로 막은 생채기의 상흔은 600년 세월의 풍상에 비하면 작은 아픔이리라. 석송령 품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우리에게 벌써 한순배 막걸리에 코끝에 단풍이 든 어르신이 다가서며 어디서 왔는고? 말을 건네신다. "그래 여기는 대구 사람이 젤로 많이 오지, 전에 테레비에 내가 석송령과 함께 나왔지. 내 나이가 얼마로 보이나". 상감과 나는 동시에 칠십오세 정도(사실은 80세 후반으로 보였지만)로 말씀드리니 "기분 좋게 내가 90이여..." 이 정도 진행이 되면 재빨리 필기 준비를 하여야한다. 한 말씀이라도 놓치지 않을려면... "제 고향이 예천 입니다" 상감이 추임새를 넣으니 화들짝 놀라시며 성씨를 물으시며 반남 박가라는 상감의 답이 끝나기도 전에 북부 경북 특유의 대화의 물꼬가 열리고 우리 조모님이 반남 박가인데 라는 살궂은 친근감으로 "나는 의성 김문이제"...




어르신의 설명으로는 예전에 이 동네에 살았던 후손이 없던 이수목 이라는 분이 유언으로 모든 재산을(마을 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석송령의 앞으로 유산으로 남기며 자기의 제사와 마을의 동제를 올리도록 유언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하셨지만 재산세를 얼마나 납부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신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석송령이 장학사업도 펼치신다고 첨언하신다. 즉 정부에서 노거수 보호 명목으로 지원된 보조금을 석송령 앞으로 예치하여 1년에 20명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것이다. 대단한 소나무지 않은가? 세금을 내고 장학사업을 펼치니 피선거권을 부여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 하다. "이 소나무는 말이야 하루에 막걸리 10병도 더 마셔! 오는 사람들이 막걸리를 대접하거든"... 아이쿠 어르신 죄송합니다. 막걸리 한잔 대접치 않고 귀한 말씀 도둑질한 무례를 용서하소서를 입속에 삼키며 마을을 벗어 나왔지만 동리 사람들의 석송령에 대한 경외심, 죽은 자와의 약속 이행은 더더욱 향기롭고 아름답게 먼 훗날까지 이어지리라. 2003.06.07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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