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영천시

영천...팔공산 보현봉 삼층석탑

임병기(선과) 2017. 12. 2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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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보현봉 삼층석탑

10여년 전 대구 매일신문에 팔공산하八公山河를 기획특집으로 연재하였으며 후에 엮어 책으로 발간한 박종봉 논설위원께서 문화유산 답사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공산폭포 위쪽 바위산에 무너진 석탑이 있다고 알려 주었었다. 그리고 석불과 부도 답사 차 들린 진불암의 주지스님도 도괴된 탑을 말씀하시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정문화재 위주로 답사를 다녔기 때문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최근에 문득 생각이 나서 자료를 찾았으나 몇몇 산행기와 영천문화유산연구회에서 답사한 기사(2016.11.21)만 검색되었고 석탑 정보와 정확한 길 안내는 없었다.

 

이후 답사 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12월 17일 하필이면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답사동호회원인 영천 정영철님 부부, 구미 심충성님과 함께 수도사에서 만나 뵐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답사를 시작하였다. 

 

 

우리가 택한 코스는 신녕면 치산계곡의 수도사.공산폭포,보현봉을 경유하여 원점 회귀하는 동선이었다.

 

 

공산폭포를 지나 진불암으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지 말고 바로 직진하여 이정목1번을 통과한다.

잠시 후 팔공산 동봉 이정표와 등산로 폐쇄 팻말이 정면에 보인다. 보현봉 들머리로 추측되지만 길이 희미하여 포기하고,좌측에 설치된 신녕재 이정표를 따라가면 이정목 2 번이 설치되있으며, 여기서 개울측으로 향하는 신녕재 방향을 버리고 우측 능선길로 진입했다.

 

 

이정목 2번에서 곧바로 능선 산행을 시작하면 팔공산 동봉-갓바위 등산 주능선 50번 이정목에 이른다.

여기서 동봉 방향 등산로를 따라 간다.

 

 

주능선 56번 이정목 뒤편이 주능선에서 보현봉으로 내려가는 입구이다.

동봉 또는 갓바위 어느 방향을 들머리로 잡더라도 56번 이정목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급경사가 이어지고 길이 희미하여 방향을 놓치기 쉬우며, 여름에는 녹음, 겨울에는 결빙과 낙엽이 쌓여 낙상의 우려가 높아  안전 산행이 절실하게 요구 된다. 따라서 혼자만의 답사는 절대 피해야 하겠다.

 

 

도괴된 석탑재가 있는 보현봉에서 바라 본 동봉.비로봉.군사시설

즉, 삼층석탑과 동봉 사이를 가로막는 봉우리는 없다.


  

어떤 모습의 석탑이 있었을까?

우선, 도괴된 석탑부재를 살펴 보았다.

지대석(추정) 1매, 기단 저석 3매,기단 면석 3매,기단 갑석 1매,탑신석 1기, 옥개석 3기가 잔존하고 있으며,  각 부재 디테일은 아래와 같다.



상층 기단 갑석

바위 끝 부분에 옮겨져 있다.

 


2매로 결구된 부재의 하나로 추정된다.

상부는 평편하며, 하부에는 부연, 상부에는 각형 1단 괴임을 조출하였다.

 


옥개석 1

초층 옥개석으로 추정되며, 상부에는 1단 각형 괴임이 보이고, 낙수면 기울기는 급하며 현수곡선이 희미하게 나타난다.

 


옥개석 층급은 4단, 절수구는 생략되었다.

처마의 반전은 뚜렷하다.

 


특이하게도 풍탁공이 내림마루에만 1개 뚫여 있다.

 


옥개석 2

뒤집혀진 2층 옥개석으로 추정되며, 4단 층급받침과 전각 반전이 확인된다.

 


옥개석 3

3층 옥개석으로 추정되며 양식은 1층 옥개석과 동일하다.

 


4단 층급 받침.절수구 생략

 


상부에 찰주공이 남아 있지 않아 상륜부 형식이 추정 가능하다.

 


초층 옥개석과 마찬가지로 내림마루에만 풍탁공 1개가 뚫여 있다.

 


기단면석 1

양우주가 모각 되어 있다

 


기단면석 2

양우주를 모각하였다.

 


기단면석 3

누워 있던 부제를 일으켜세운 모습이다.

 


면석에 우주가 보이지 않는다.

즉, 위 면석 1,2를 세우고 사이에 끼웠던 면석이며, 기단면석은 감입식으로 결구되었음을 추측게 한다.

 


탑신석 1

양우주를 모각하였으며, 2층 탑신으로 추정된다.

 


기단저석 1

2단 각형 괴임을 조출하였다.

 


기단 저석 2.3

 


기타 부재

지대석 부재로 추정된다.

 


잔존하는 부재로 삼층석탑을 세워 보자.

(현재 부재로 추정한 개인적인 시각이다)


지대석 (현재 부재로는 양식을 특정 할 수 없다)

2단 괴임을 조출한 4매 부재로 결구된 기단 저석

양우주를 모각한 4매 부재 조합의 감입식으로 결구한 기단 면석

하부에 부연을 표현하고 상부에 1단 각형 괴임이 있는 2매로 결구된 기단 갑석

양우주만 새긴 1개 부재로 조성한 탑신석

낙수면 기울기가 급하며, 4단 층급받침, 상부 1단 괴임, 현수곡선이 나타나며,내림마루 끝에 풍탁공을 마련한  1개 돌로 조성한 옥개석

3층 옥개석에 찰주공이 없어 노반, 복발, 보주 등만 간략하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륜부


즉 단층 기단의 삼층석탑이다.

개인적으로는 11세기~12세기 초반 석탑으로 생각된다.



보현봉에는  석탑 1기와 참배 공간 외의 전각이 들어설 여지가 없는 상태이며, 석탑이 있었던 사지에 관한 기록과 주변 폐사지에 대한 자료는 전하지 않는다. 다만, 일제 강점기인 1942년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 수도사와 진불암 사이 석굴에 불상 4기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지만, 보현봉 삼층석탑과 연관성은 찾을 수 없다. 4분 불상 가운데 한 분이 현재 진불암 부도전에 계시는 불상(아래 사진 4)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보현봉 삼층석탑을 조성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떠오르는 것은 고려초에 널리 전개되었던 산천비보탑으로 무게 중심이 실린다.


첫째,(아래 사진 1)비로봉을 주존으로 생각하여 금당 앞에 탑을 세워 상징적인 가람 배치를 완성할 목적으로 조성

두번째,(아래 사진 2 )동봉에서 내려오는 능선을 따라 보현봉으로 흘러 나가는 기운을 차단 목적으로 조성

세번째,(아래 사진 3)진불암에서 바라보는 봉우리가 불꽃으로 보여 화기火氣 진압 목적의 비보책으로 조성


역시 근거 없는 개인적인 시각임을 밝힌다.



사진 1, 중앙 철탑 부분이 비로봉, 우측 군부대, 좌측 동봉



사진 2. 보현봉

동봉 능선길.이정목 56번 아래로 내려오는 능선상에 보현봉이 위치

 


사진 3. 진불암


진불암 안내문에는‘신라 진평왕 서기 632년에 최초로 창건하여 무수히 많은 선지식께서 이곳에서 정진하여 도를 이루시고 관세음보살님께서 현신하신 도량으로 현존하는 건물은 고려 문종때 환암혼수(幻庵混修, 1320∼1392) 국사께서 중건하여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일설에는 삼국유사에 실린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두 성인이 수도하던 곳이라고 하며, 암자 뒤에는 청정법신 비로봉, 앞에는 대자대비하신 관음봉, 우측에는 실행제일 보현봉, 좌측에는 지혜제일인 문수사리봉으로 사방이 불보살님들로 장엄되어 있고, 석가세존께서 증명하여 진불이 중앙으로 장엄되어 온 수려한 성지로 팔공산 유일의 고찰이다.’고 기록되어 있다.(2014년 6월 21일 진불암 답사기에서 발췌)



사진 4. 진불암 석불좌상.(20140621 촬영)


불상에 대한 단초는 보이지 않지만 아래 자료에 게재된 불상중의 한 분은 아니었을까?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  영천군조의 불상항에「팔공산 아래 진불암 계곡 암석지대의 일부에 수도사에서부터 약 20정(약 2.2km), 진불암에서 수정(1정은 약109m)의 산중턱에 거대한 화강암 굴속에 자연석에 조각한 높이 3척, 흉폭 1척8촌의 좌불상 1구, 높이 3척4촌 흉폭 1척2촌과 높이 2척5촌, 흉폭 1척2촌의 수호불 각 1개가 있는데 표면에 균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완전하고 다른 두 구는 일부 파손된 곳이 있어도 거의 완전에 가까우며 근처에 분쇄되어 버린 2, 3구가 있다.」라는 기록이 있다."...출처/다음

 

 

무너진 석탑 부재 답사 목적이 카타르시스에 더하여  이렇게 소설 한 편 탈고하는 재미 때문 아닐까?

또한 순수한 답사객인 아마츄어 관점 보다는  빠른 시일내에 학계, 전문가 등 많은 사람들이 현장 답사 후 석탑의 작례, 조성 배경, 목적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살을 애인 겨울바람을 맞으며 왕복 4시간 30분 길 없는 길을 함께한 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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