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전암을 뒤로하고 산을 오른다. 대전 시민의 쉼터이자 가벼운 산행코스인 듯 반질반질 윤이 나는 좁은 꾸불꾸불한 작은길 개울 너머에는 산아래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처럼 사래 긴 밭, 이랑 짧은 밭, 넓은 밭이 층층으로 계단식을 이루고 있다. 아직 봄은 이르건만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밭을 오가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예전에는 익숙했던 저런 그림들이 이제는 티비 속 테마여행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으로 남아 있는 현실에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첫이정표를 지나 숨을 고르다 보면 석축이 다가오고 장군 바위에 계시는 마애불이 객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마애불은 보문산성의 동쪽에 높이 6m, 폭 6m 정도의 장군바위 남쪽에 새겨져 있으며 유형문화재 19호로 지정되어 있다.
발바닥을 위로 향한 채 앉아 있는 눈을 가늘게 내려뜨고 있다. 불상 주위의 광배 둥근 머리광배와 몸광배로 표현되었는데, 광배의 바깥 윤곽은 선으로 음각하고 내부는 정으로 쪼아내서 광배의 윤곽을 뚜렷하게 하였다. 앉은 자세가 약간 불안한 이 불상은 광배를 단순하게 처리하고 옷주름과 불상의 윤곽을 간략하게 처리하였으나 조각수법이 우수한 고려 후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나발위에 육계가 있으며, 짧은 목에도 삼도가 뚜렷하고 긴 귀가 어깨에 닿아 있다. 통견의 법의를 걸쳤으며, 오른손은 가슴앞에 들었고 왼손은 배위에 얹었으나 수인은 마멸이 심하여 뚜렷하지않다. 아래윗 입술이 두툼하여 속정 겉정이 넘칠 듯 한데, 상호는 그렇게 온화해 보이지 않은 것은 여독 탓일까?
보문산 마애여래좌상...노태웅
복전암 여승들의 염불 소리 뒤로 하고 2011.0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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