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장성군

장성...진원리 오층탑

임병기(선과) 2009. 9. 1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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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태산 자락 폐사지가 원적인 5층탑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불법반출을 주민들이 저지하여 현재에 이른다고 한다. 내력은 수긍이 가지만 수산리 석탑과 더불어 비보탑이란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짙은 푸름이 가득한 들판에 우뚝하여 멀리서 바라보면 돛대로 보이기도 한다.

 

탑 매니아 보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시사철 들판의 변화를 배경으로 멋진 그림이 그려지는 위치로 보인다. 5층이 사라진 생채기도 가슴 저리지만 바나나처럼 굽은 자세로 힘겹게 서있는 오늘의 현실도 안타깝다. 그래서 인지 이중기단임에도 불구하고 안정감은 물론 상승감마져 느끼지 못하겠다.
 

 

5층과 상륜이 결실된 이중 기단의 오층탑이다. 기단면석에는 탱주와 우주가 조각되었는데, 2면은  판석이고 다른 2면은 면석을 끼웠다. 2매 판석인 갑석에는 부연은 보이지 않고 탑신 괴임도 생략하였다. 지붕돌과 몸돌은 각각 별개의 석재이며 탑신에는 우주를 돋을 새김했다. 

2층부터는 체감이 뚜렷하며 옥개석 낙수면은 기울기가 급하고 전각 반전은 경쾌하다. 옥개 받침은 3단이며 세장한 느낌의 고려시대 탑으로 전해온다. 장성군청과 문화재청에서는 지정.비지정 문화재 안내판 설치 못지 않게 해체 복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멀리 마을로 들어가는 오토바이 탄 어르신이 사진에 잡혔다. 묘동마을이라 했던가? 주민들에게 탑은 무생물이 아닌 함께 동고동락하며 마을을 지키는 공동체의 일원이다. 아들을 점지해줄 뿐만 아니라 풍년을 가져다 주고 사악한 잡귀의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수호신이 었다.

 

고향 떠난 사람들에게는 동구밖 까지 마중 나온 할머니 모습이었고, 힘든 상황에 봉착할 대마다 인내하고 기다리는 고향의 상징물이었다. 저기저 석탑 주변에서 농번기에 휴식을 취하고 새참을 먹었던 사람중에 악한 사람이 있겠는가? 법. 법이 없어도 마을의 평화와 안녕의 구심점이 바로 석탑이었을 것이다.

 

 

 

여백...도종환

언덕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 하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벽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200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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