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거창군

[스크랩] 거창...상동 관음보살 입상

임병기(선과) 2008. 10. 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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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시절 무턱대고 보살상까지 차로 진입하였다가 후진을 못하여 혼쭐난 경험 때문에 멀치감치에 차를 세웠더니 마누라 한 말씀하신다. "우얀 일로 걸어갈려고 하노". 그참. 적인가 아군인가? 집 나와서 까지 그냥 넘어가질 않네!

 

입구에 암자(?)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불평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조용하다. 달관인지 포기인지 알 수 없지만 답사객에게는 늘 조심스럽다. 상동 관음보살입상은 예전 건흥사라는 절의 보살상으로 추측도하고, 양평동 석불과 더불어 거창의  비보불상으로도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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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에는 육계가 우뚝하며 관이 없지만 지물로 보살상으로 판단한다. 장방형의 상호, 가는 눈, 미소가 보이지 않는 다문 입으로 인해 관음보살의 안온하고 넉넉한 상호와는 거리가 달라보이며, 어깨를 비롯 신체 표현도 경직되었다.

 

가슴에는 영락으로 장식하였으며, 법의는 얇게 표현되었다.  허리에는 굵은 띠가 있고, 양 다리에 걸쳐 U자형 옷주름이 엇갈리게 배치되어 있다. 오른손은 정병, 왼손에는 연꽃을 지물로 들고 있어 관음보살이며 조성시기는 고려시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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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상동 관음보살상을 보고 못난이, 불만 가득한 상호라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불상에 의지하고 일심으로 기도하며 살아온 민초들에게는 더없이 잘 생기고 영험한 불상이었다. 그들에게는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한 팔등신 미녀도, 대갓집 종부의 넉넉하고 포근한 인상도 좋지만 늘 곁에 있는 불상이 최고였다.

 

벌써 수승대에 도착한 동료들이 빨리 오라고 재촉하여 슬쩍 마누라 표정을 보았더니 애써 태연한척 "당신. 사진 찍을 곳 많잖아?"라고 하지만 영 불안하다.

 

마누라는 진심으로 시간을 갖고 움직이라는 말인데 내가 흔쾌히 수용 못하는 것처럼, 관음을 조성한 장인은 일생일대의 불상조성에 정갈하고 맑은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했을 텐데 오늘의 시각으로 바라보아 죄스럽기 그지없다.

 

2008.08.15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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