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래서 밭을 일구든 노부부에게 물어 길을 다시 확인하고 산길에 접어 들었다. 이해타산을 계산 않고 봄이오면 씨앗을 뿌리는 그들은 농사를 하늘이 준 복으로 여긴다. 먹고 살 수 있는 것으로 족하고 내자식입에 먹거리 떨어지지 않도록 이 산길을 올라 마애불에게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 그분들의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었다. 지금의 내마음은...
도선국사가 하룻밤 사이에 조성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 신계리 마애불은 큰바위에 고부조로 새겨져 금방 바위에서 걸어 나와 나의 손을 잡아 줄 듯한 착각이 든다.
며칠 돌아본 남원은 엉망진창 전국 최하위 문화유산 안내판이었다. 아니 큰길가에 문화 유산 안내판을 볼 수 없었다. 오직 춘향이 팔아 먹고 사는 고을이었다. 신계리 마애불은 그래도 큰 길가에 안내표시가 있었다. 보물 423호로 지정된 탓에...
바위에 감실을 두고, 자연암반을 대좌 삼아 새긴 마애불은 상현좌이다.두광은 겹으로 둥근 원을 새기고 옆으로 신광까지 구슬문을 조성하였다. 구슬문은 잘 볼 수 없는 문양이며 바깥으로는 불꽃문을 올렸다. 우견편단의 법의, 머리는 소발이며 육계는 두툼하다. 나말여초 불상으로 전해진다.
작가 이지누도 나와 같은 동선을 잡았나보다. 그는 호성암 마애불을 아기자기한 여성적, 화려하지만 소박한 불상이지만 신계리 불상은 대단히 권위적인 강인한 남성의 모습이라고 했다. 저부조와 고부조의 차이에서 기인한 느낌 아닐까?
지당리 석불 입상. 큰길가에 두고도 이정표 없는 탓에 동네 주민에게 물어물어 찾았다. 세월의 흔적이 불상에 이끼로 가득 남아 있다. 이렇게 대접 받고도 무심한 표정은 가끔씩 찾아오는 객이 있고, 철따라 공양올리고 지극정성으로 발원하는 촌부들을 위무해주려는 마음 때문이리라.
소발, 높은 육계, 두광은 원형이며 연화문도 보인다. 상호는 세월의 생채기가 심하다.
좌우대칭의 통견, 팔은 없어져 수인을 분간하기 어렵고 기단은 매몰되어있다. 이끼로 덮힌 불상은 혹 내마음의 때를 깨우쳐주기위해 잠시 변신하지 않았을까? 몸의 때는 별 것 아니라시며...
낙동리 석불 입상. 마을 어르신에게 두 번을 물어 찾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어르신을 차에 모시고 가서야 뵈었다. 무릎부분 이하가 매몰된 것을 근래에 발굴하여 좌대를 갖춘 불상이다.
도톰한 볼을 가진 얼굴을 비롯 마모가 심하며 삼도는 희미하다. 통견의는 길게 무릎을 덮고, 수인은 분명하지 않다. 소발에 육계가 높고 거신광배이며 두광,신광은 겹원으로 새기고 중앙에는 꽃이 만개해 있다.
하기단의 복련, 잘못 세워 발과 몸이 따로 놀고 있다.
민초들에게 온몸을 내주었지만 온유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너무도 많은 것을 취하려는 내가 밉다. 버려야 하는데 채우려는 욕심으로 가득한 나를 용서하실까?
2008.0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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