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을 여러번 지나갔었다. 무엇에 홀린듯 스쳐지나길 몇 번 이었던가. 오늘 역시 지나쳐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춘향과 이도령의 애틋한 헤어짐에 중심을 둔 문학기행보다는 우리 민속과 관련된 오리정의 의미로 늘 가슴속에 답사처로 간직한 오리정이었다. 그래서 4박5일 답사동선을 계획하면서 포함시켰다.
조선시대에 전국에 분포했던 오리정은 우리 미풍양속을 훼손 시키려는 일제강점기에 철저하게 파괴되었다.오리정은 고을원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오리(현재의 개념과 달리 10KM 거리) 떨어진 국도변에 세운 정자를 말하며 현재 남원에만 남아 있다. 남원 오리정도 본래의 목적 보다는 고대소설 춘향전에 등장하는 춘향과 이도령의 이별장소로 알려져 이곳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본래는 정(亭)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는 루(樓)로 복원되었으니 오리루가 옳은 표현인가?
조선시대 관아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 정자를 설치한 까닭은 무엇일까? 학자들은 우리 민족의 독특한 이별과 배웅 문화 때문으로 해석한다. 맞이 할 때는 나가서 환영하고 보낼 때는 멀리까지 배웅하는 것이 양반문화의 법도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오리정은 먼길 나섰다 돌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고향에 다왔다는 안도감과 편안함, 만남의 설레임을 주는 이정표였다.
남원시내에서 전주 방향 오리정 지근에는 눈물방죽, 춘향이 버선밭, 말달리기 언덕 등 춘향전에 등장하는 무대가 산재해 있어 소설속 헤어짐도 그려보고, 우리의 고유한 접빈객 문화도 되새김할 수 있는 답사처로 이해하고프다. 목전에 보이는 현상보다 머리속에 그려보는 답사도 꿈꾸보길 바란다.
오리정(五里亭)의 이별 ... 박우복
200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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