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영천시

[스크랩] 팔공산 자락...영천 부귀사

임병기(선과) 2008. 6. 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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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다가오는 시골길 그 정취에 달구지마져 팽개치고 걷고 싶다. 문명의 이기를 향유하는 것과 반비례로 우리가 잃고, 잊어버린 가을 서경은 얼마나 많은가? 황금물결 춤추는 들판속으로 뛰어들어 허수아비와 어깨장단도 맞춰보고 싶고, "우~여~우~이~" 소리치며 참새떼와 노닥거리고 싶다.

 

쉽게 경험하고 즐길 수 있을텐데 탐욕에 물들어 버리지 못하니 여유가 생기겠는가? 어쩌면 인간사의 공통분모이기에 소유욕이 너무도 인간적인 면모인지도 모르겠다.

 

거조암 도중에 부귀사 이정표가 보인다. 여러번 들었지만 첫길은 늘 설레인다. 어라? 저게 뭘까? 망해도 철저하게 망한 절집은 들어보았어도 저렇게 만신창이 된 불상이 있었던가? 개인 암자인지, 굿당인지 모호한 집에 모셔진 불상은 근처에서 옮겨왔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완성불은 아닌 듯 하다.


불상 하기단

 

 하기단에 복련을 새겼지만 완성물일까?


부도전, 보화루

 

부귀사 가는 길, 굽이굽이 나선형 산길을 거슬러 올라간다.비포장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했지만 게으름을 감추려고 콧노래 불러가며 산길 끝까지 향하니 부도전이 마중나와 있다. 이길을 말 없어도 뜻이 통하는 답사도반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무며 걸어왔다면 답사중의 답사가 되었을텐데....

 

부귀사라는 이름은 산부수귀(山富水貴), 산이 좋고 귀한 물이 있다는 뜻이며 신라 진평왕 재위 시절인 591년에 창건하고 고려 때는 보조국사 지눌이 주석했다고 전해온다.

 

사진에 멀리 보이는 1764년 중수했다고 알려진 보화루는 루라는 느낌보다는 한옥처럼 보인다. "루"로 미루어 어느시절에는 산지가람의 진입유형인 누하진입이 가능한 구조로 추정해보지만 현재는 누하가 폐쇄되어 우회하여 진입하여야 한다. 보화루의 감로실 현판은 추사의 글이라 한다.

 

극락전

 

중정에 들어서자 늘어지게 한숨자든 멍 보살이 악다구니를 부린다. 선천적으로 개를 무서워하여 발을 옮기지 못하고 바라보았더니 묶여져 있다. 자신있게 바라보며 들어 갔더니 내가 무서웠는지 아니면 적어도 도둑냄새가 풍기지 않았는지 이내 와선 삼매경에 빠지지는 우리의 멍보살 천연덕스러운 표정이 재미있다.

 

최근에 중수한 부귀사 주법당 극락전은 아랫단, 윗단 석축에 높게 기단을 비정형으로 구축했지만 호화롭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다. 우리나라 대부분 산지가람처럼 부귀사도 한적하고 편안하여 마냥 시간을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석탑,배례석

 

탑이라기 보다는 흩어진 석조부재들의 집합이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하지만 배례석으로 미루어 만맘치 않은 석탑이 부귀사 중정에 자리했음을 알 수 있다.배례석에는 안상이 보이고 중앙에는 연꽃이 만발했다.

 

답사중에 탑과 관련해서 기록해둔 작은 수첩을 분실해서 정확성이 결여되지만 문비도 보았으며 다른 특징도 있었던 것 같으니 알고 계신 분의 댓글을 바란다. 


극락전 아미타삼존

 

머물 수 없다면 돌아가야 하는데

차를 가로막고 부귀사 뒷산길을 거닐자던 일행중의 한 분 고운님 얼굴이 떠오른다.
 

2007.10.07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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