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함안군

[스크랩] [대구 매일신문]자녀와 떠나는 답사여행(10).함안 무기연당

임병기(선과) 2008. 6. 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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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떠나는 답사여행> '무기연당'
경남 함안 칠원면에서 마산방향으로 5번 국도를 따라가면 무기리 마을에 솟을 삼문을 갖춘 고택이 있다. 상주 주씨 종가댁으로, 영양 서석지와 더불어 조선시대 정원의 백미로 알려진 무기연당이 있는 국담 주재성의 생가이다.

숙종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한 경종의 갑작스런 승하로 숙빈 최씨 소생 영조가 등극한다. 이에 권력 중심에서 밀린 소론과 남인 세력이 경종의 독살 의혹과, 영조가 숙종의 친자가 아니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이를 명분으로 영조를 폐하고 소현세자의 증손인 밀풍군을 왕으로 추대하여 이인좌 난을 일으킨다. 국담 주재성은 의병을 일으켜 난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우게 된다.

국담 선생은 전투에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재산을 털어 군량과 무기를 지원한 공로로 난이 평정된 후 조정으로부터 관직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이곳에 은거하며 후진 양성과 학문에 전념하였다.

◇ 흔치 않은 솟을삼문 잘 어울려
솟을 삼문에는 충신 정려(旌閭)와 효자 정려가 나란히 걸려있다. 충신 정려는 국담이 세상을 떠난 후 영조대왕이 내렸으며, 효자 정려는 이인좌 난 때 아버지와 함께 출정하여 공을 세운 큰아들 주도복에게 철종 10년(1859)년에 내린 것이다.

주도복은 어머니 병이 위중 목숨이 위태할 때 손가락을 잘라 피를 마시게 하여 목숨을 연장한 효자 였다. 양반집에는 솟을문이 대부분이지만 솟을삼문은 흔치 않은데 쌍충효정려에 어울리는 선택으로 보여진다.

넓은 바깥마당에서 별원인 무기연당을 바라보는 사랑채인 감은재(感恩齋)는 낮은 기단, 정면 세칸 측면 두 칸 팔작지붕이다. 중앙에 대청을 깔고 양측에 방을 두었으며 정면에는 툇마루, 측면에는 쪽마루를 내고 천장은 서까래가 드러난 연등 천장이다.

감은재는 영조대왕의 은혜에 감읍한다는 뜻으로 주도복의 호이며, 사랑채 당호이다. 선생은 영조가 승하한 후 3년 동안 조석으로 궁궐을 향해 절을 했다고 한다. 감은재 옆에는 영빈사(迎賓舍)가 복원되어 양반 가문의 접빈객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사랑채를 향한 안채는 정면 다섯 칸 측면 한칸의 맞배지붕으로 안채가 맞배인 경우는 드물다. 뒤에는 불천위(不遷位 : 나라에 큰 공이 있는 사람의 신주를 묻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함) 사당인 부조묘가 자리했다.

◇ 유유자적한 생활과 학문정진 표현
무기연당은 이인좌 난에 참여했던 의병들이 난이 평정된 후 주재성의 공로에 보답하기 위하여 조성했다. 무기연당은 연못을 국담(菊潭)으로, 방형 연당 중앙에는 원형의 섬을 만들어 양심대(養心臺)로 이름 붙여 선생에게 바친 정원이다. 주건물로는 하환정, 풍욕루, 영정각이 있고 훼철된 기양서원 자리에는 충효각이 복원되었다.

무기(舞沂)는 논어의 '기수에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 쐬는(욕호기 : 浴乎沂 풍호무우: 風乎舞雩)에서 유래했지만, 유유자적한 생활과 풍류를 즐기며 학문에 정진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표현했을 것이다.

하환정(何換亭). 어찌 바꿀 수 있겠는가? 국담선생 스스로 조정의 부름을 거절하고 자연에 묻혀 살아가는 삶에 만족한다는, 다시 말해 벼슬과 현재의 생활과 바꾸지 않겠다는 선생의 성정을 보여준다.

루(樓)로 미루어 예전에는 2층으로 추측되는 풍욕루(風浴樓)는 바람에 목욕을 한다는 뜻이지만, 풍진에 오염되지 않고 초연한 삶을 영위하겠다는 선생의 마음자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풍욕루 대청 위에는 경(敬)자가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다. 소수서원 입구의 경자 바위, 영양 서석지의 경정 등 '경'의 뜻은 주자가 유교의 처음과 끝을 경이라고 한데서 가져온 글로 국담선생이 학문에 매진하는 궁극 목표라 하겠다.

◇ 일편단심 충성지조 암시
사대부가(家) 정원의 연(蓮)은 불교적 해석과 달리 중국 송나라의 학자 '주돈이'의 애련설에서 유래한 연을 군자로 묘사하여 사사로움에 물들지 않겠다는 상징성이다. 방형 연못 안에 원형 섬은 우리 전통사상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방형이라는 사상을 표현한 조형물이다.

무기연당은 어떤 연유인지 두 개 축으로 구축되었고, 양심대 아래 바위에는 지주중류, 백이숙제의 동의어 백세청풍((百世淸風)을 새겨 일편단심 조선왕조에 충성을 다짐하는 사대부가의 지조를 암시하고 있다.

임병기(답사카페 cafe.daum.net/moonhawje 운영)


작성일: 2006년 09월 20일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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