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함안군

[스크랩] 함안 / 칠원 주씨 고택, 무기 연당

임병기(선과) 2008. 6. 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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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칠원면에서 마산방향으로 5번 국도를 따라 내려오다 무기리 마을의  솟을 삼문을 갖춘 고택이 영양 서석지와 더불어 조선시대 정원의 백미로 알려진 무기연당이 있는 국담 주재성의 생가이며 상주 주씨 종가댁이다.

 

국담 주재성은 숙종의 뒤를을 이어 왕위를 계승한 경종의 갑작스런 승하로 무수리 출신 숙빈 최씨 소생의 영조가 등극하자, 정권권력 중심에서 물러난 소론과 남인 세력이 경종의 독살 의혹과, 영조가 숙종의 친자가 아니라는 소문을 퍼트리고, 이를 명분으로 영조를 폐하고 소현세자의 증손인 밀풍군을 왕으로추대하여 거사한 반란인 이인좌의 난이 발발하자 의병을 일으켜 난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우게 된다.

 

주씨 종택 솟을삼문

 

국담선생은 전투에 참가했을뿐만 아니라 재산을 털어 군량과 무기를 지원한 공로로 난이 평정된 후 조정으로부터 관직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이곳에 은거하며 후진 양성과 주자학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충신 정려, 효자 정려문

 

솟을 삼문에는 충신 정려(旌閭)와 효자 정려가 나란이 걸려있다. 충신정려는  국담이 세상을 떠난 후 영조대왕이 내렸으며, 효자 정려는 이인좌의 난 때 아버지와 함께 출정하여 공을 세운 큰아들 주도복에게 내린 정려이다.

 

주도복은 어머니 병이 위중 목숨이 위태할 때 손가락을 잘라 피를 마시게하여 목숨을 연장한 효자 였다고 한다. 일반 민가에서 솟을문이 일반적이지만  솟을삼문은 흔치 않은데 두 개의 정려문 위상에 어울리는 선택으로 보여진다.

사랑채 감은재


솟을삼문을 들어가면 넓은 바깥마당에서 별원인 무기연당을 향하여 사랑채인 감은재가 있다. 감은재(感恩齋)는 낮은 기단, 정면 세칸 측면 두 칸 팔작지붕으로 중앙에 대청을 두고 양측에 방을 두었으며 정면에는 툇마루, 측면에는 쪽마루를 내고 천장은 서까래가 드러난 연등 천장이다.

 

감은재는 주도복의 호이며, 사랑채 당호로 선생이 영조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의미이며, 선생은 영조가 승하한 후 3년동안 조석으로 궁궐을 향해 절을 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감은재 옆에는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인 듯한 최근에 복원한 영빈사(迎賓舍)가 있어 양반 가문의 접빈객 내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안채

 

중문 안마당을 들어서면 사랑채인 감은재를 향하여 안채가 있다.  안채는 측면 다섯 칸 측면 한칸의 맞배지붕으로 안채가 맞배인 경우는 처음 접하여 구조가 궁금했으나 인기척이 없어 닫힌 문을 열어보지 못했으며, 안채 뒤 불천위 사당인 부조묘도 볼 수 없었다.



무기연당


바깥마당에서 한서문을 통하여 출입할 수 있는 무기연당은 이인좌 난에 참여했던 의병들이 난이 평정된 후 주재성의 공로에 보답하기 위하여 연못을 조성 국담(菊潭)으로, 방형 연당 중앙에는 원형의 섬을 만들어 양심대로, 이름하여 선생에게 바친 정원이다.

무기(舞沂)는 논어의 "기수에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 쐬는(浴乎沂 風乎舞雩)에서 유래한 의미로 유유자적한 생활과 풍류를 즐기며 학문에 정진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상징하지는 않았을까?


하환정, 풍욕루


하환정(何換亭). 어찌 바꿀 수 있겠는가? 라는 의미라면 국담선생 스스로 조정의 부름을 거절하고 자연에 묻혀 살아가는 삶에 만족한다는 다시말해 벼슬과 현재의 생활과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루(樓)로 미루어 예전에는 2층으로 추측되는 풍욕루(風浴樓)는 바람에 목욕을 한다는 의미이나 진정으로 씻고 싶은 풍진에 물든 사람들의 마음이었으리라.

 

풍욕루 대청위에는 경(敬)자가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다. 소수서원 입구의 敬자 바위, 영양 서석지의 敬亭 등 敬의 뜻은 주자가 유교의 처음과 끝을 경(敬)이라고 한데서 가져온 글로 국담선생이 주자학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의미임에 분명하다.


방형 국담, 원형 양심대, 영정각,충효사


일반적으로 사대부가 정원의 蓮은 불교적 상징과 달리  애련설의 주돈이가 말한 蓮을 군자로 묘사하여 사사로움에 물들지 않겠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으며. 방형 연못 안에 원형 섬은 우리 선조들의 사상인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방형이라는 사상을 함축하고 있다.

 

무기연당은 어떤 연유인지 이단축으로 되어 있으며 사진 정면 양심대 아래 바위에는 지주중류, 백이숙제와 같은 의미인  백세청풍((百世淸風)을 새기고 일편단심 조선왕조에 충성서약을 하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전각은 영정각과 기양서원이 있던 자리에 복원한 충효각이다.

 

자연과 벗하여, 학문에 매진하고 유유자적한 삶을 추구했던 선비 국담 주재성의 삶이 응축된 무기연당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2006.06.24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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