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강화군

[스크랩] 강화도 / 보문사

임병기(선과) 2008. 6. 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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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의 주관하에 실시된 답사인 관계로 영 진행이 더디다.
멀리 강화도까지 올 기회가 없기에 내 욕심 같아서는 많은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싶은데 본래의 일정에 맞추어서 느긋하게 흘러가 아쉬움을 토로했더니 사진부분 당선자들은 진행이 너무 빨라 사진 찍을 시간이 없다고 불평이니, 세상사 요철이요 제로섬이란 말을 실감하겠더라.


강화의 풍광에 젖은 일행이 외포리 바닷가에 도착하여 석모도로 향한다.언제었던가? 거제 둔덕에서 한산섬으로 가기 위해 승용차로 도선을 한 경험이 새로히 떠오르는 관광버스의 도선이...
막 출항과 더불어 양쪽에서 배의 진행 방향으로 날아오는 갈매기 무리들을 향해 새우깡을 던지는 일행을 보고서야 외포 바닷가에서 새우깡을 구매한 이유를 알았으니...


저놈의 갈매기들은 이제 물고기를 포획하는 법도 망각했음에 분명하지 않을까?
배부른 날짐승이 무엇이 아쉬워 애써 고기를 잡을 것인가?
무심코 던진 행락객들의 손짓에 변종 갈매기가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동물성 사료로 인해 광우병이 창궐하여 인간의 삶에 영향을 입히듯이 말이다.


해 지는 석모도 바닷가에서 젊은 일행은 풍광에 젖어 얼굴에 웃음 가득 지며 갯벌을 헤집고 다니건만 이놈의 머리속에는 155마일 휴전선을 기행하고 마지막 동해 바닷가에서 더 나아갈 수 없음에 초병과 더불어 목 놓아 울었다는 노산 이은상님의 기행문이 생각나서 찹찹한 심정으로 멀리 북녘을 바라보았지만 해풍만 볼을 스칠 뿐 장산곶 매는 끝내 날아오지 않더라.


간밤에 즐긴 오가피주의 주독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여행이 주는 감흥 뿐만 아니라 처녀지 답사에 대한 기대감이 분명하기에 절집 문밖에 새우젖을 팔고 있는 전경도 싫치 않는 보문사에 도착했지만 어쩐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은 왜일까?


"관음보살이 머무는 곳이 남해의 섬 낙가이고 광대무변한 서원을 실천하는 장이 보문이니 낙가산 보문사는 그대로 관음보살의 터전이고 상징이기에" 낙산사 홍련암,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3대 관음 도량이라 알려져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기대했었는데 대웅전 높은 기단에는 십이진상이
사람의 기를 죽일 뿐 아니라 범종각 외에도 법음각 속에 범종이 모셔져 있으며, 그 사이에는 야외에 윤장대가 조성되어 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중생들이 경전을 모신 윤장대를 돌리기만 해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보면 거리감 없이 접근이 용이한 야외에 설치한 것이 일견 사리에 부합하는지 모르지만 어찌 영 개운치 않은 까닭은 나의 심성이 사바의 흙탕물에 젖었기 때문이라 자책하며 감이 주렁주렁 달린 중정의 감나무로 눈을 돌렸다.


눈썹바위의 관음보살상과 함께 보문사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자연석굴 안의 나한상은 시대적편년이야 차치하고라도 바다에서 어부가 그물로 건져올린 돌덩이 22개로 조성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신통굴이라고도 알려져 있길래 수능을 앞 둔 딸내미를 생각하며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시간을 잊어버린 후 밖을 나와보니 일행은 보이지 않고 요란스런 기계음이 울린 곳으로 눈길을 돌렸더니 거대한 화강암으로 와불을 조성하고 있다.
영천의 만불사,삼천포 와룡산 백천사에서 와불을 친견한 적은 있지만 화강암으로 조성되는 와불은 보문사가 처음이 아닐까?


대웅전을 돌아 낙엽 양탄자가 깔린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니 거대한 자연 화강암에 새긴 보관에 화불을 새긴 관음보살이 서해바다를 향해 웃음을 머금고 계신다.
각진 얼굴, 통견, 두손으로 정병을 들고 눈썹 모양의 자연암반이 보개처럼 보이는 마애보살상은 1928년 금강산 표훈사 주지였던 화음선사가 조불하였다는 음각이 글이 새겨져 있어 조성시기의 발원문에는 일제 강점기에 왜놈들의 학정에 시달리는 백성을 구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있으리라는 상상을 하며 스님의 염불속으로 빠져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예배를 올리는 탓에 오래 머무르기가 용이하지는 않았지만 좁은 장방형의 방석 하나에 정면을 바라보며 선정에 드신 비구 스님과, 무릎이 닿지 않도록 약간 비켜 참선에 몰입하고 계신 비구니 스님이 나의 시선을 붙들어 놓는 기분 좋은 전경에 일행이 모두 떠난 뒤에도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2004.11.05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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