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안동시

[스크랩] 안동 / 학봉종택(1)

임병기(선과) 2008. 6. 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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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내게 던지는 질문의 하나가 고택, 종택을 찾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그냥 좋아서요" 라고 궁색한 답변을 하지만 내외구분이 엄격한 배치와 그에 따른
건축부재의 조화, 풍수지리적 양택 조건, 종가집의 내력, 중시조를 비롯한 집안의 선비의
사상, 제례 및 음식 문화 등 전공분야에 따라 접근하는 시각과 관심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도저도 아니기에 질문에 충실한 답을 할 수 없기에 참 난감한 질문인 것이다.


하지만 고택을 답사하는 나의 작은 바램은 한결같다.
편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몰입, 사랑채 툇마루에 앉아 봄볕을 쬐는 재미,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누각 계자난간에 기대어 낮잠을 즐기고픈 소박한 욕심, 별당의 애기씨가
띠살문 창살에 앙증맞게 나있는 눈꼽채기 창을 통해 나를 보고 있다는 유쾌한 착각,


솟을대문에서 "이리 오너라" 하고 소리쳐 보고 싶은 동심, 비 내리는 날 정자에 올라
연지의 연꽃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처연한 즐거움도 좋지만 역시 최고의 기대감은
종손의 말씀을 듣는 것이리라.


친구 놈들은 이런 나의 취미를 빗대 야! 그게 돈이 되냐, 밥이 되냐 라지만
난 피식 웃으며 답한다 야! 이눔아 최소한 똥은 안돼!!!

경북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에 위치한 학봉 김성일의 종택 솟을대문 앞에서 잠시 의성
김씨 집안을 더듬어 보면, "영남의 명문가는 안동에 몰려 있고 안동의 명문가는 퇴계의
진성 이씨, 서애의 하회 류씨, 입바른 선비가 많은 의성 김씨를 말하지만"

이 글을 읽는 가족들이 오류방에 몰려와 연좌하며 나는 물론 운영자인 늑대별님에게
책임지고 카페를 폐쇄하라는 항의 농성이 염려되어 안동의 양반 집안을 더 언급하자면
안동 장,김,권씨, 예안 이씨, 고성 이씨, 광산 김씨, 가일 권씨도 알아주는 명문가이며
그 외에도 여러 집안이 있겠지만 나의 한계임을 인지하시어 사대부 집안 출신 가족들의
큰 이해와 용서를 바란다. 휴! 큰일날 뻔했다.


아무튼 의성 김씨 집안은 독립 유공자를 29명이나 배출한 집안답게 500년 내려오는
"차라리 부서지는 옥이 될지언정 구차하게 기왓장으로 남지 않겠다는 정신과, 선비
집안에는 금부도사가 3년에 한 번씩 체포영장을 가지고 찾아와야 한다"(조용헌,
조선일보)는 각오를 가지고 살았던 강골 집안이며 그중에서도 학봉이 대쪽 선비로
가장 유명하며 학봉종택은 선생이 의성 김씨 종택이 있는 임하의 내앞 마을에서
1582년 입향한 곳이다.


학봉 종택 홍살문이 있는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바같마당에는 녹색의 잔디가 환상
적이고 온갖 화초와 나무가 봄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 상감마마님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사진찍기에 발걸음이 분주하다.
하지만 난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사랑채 지붕에 드러난 합각마루에 눈을 떼지
못하며 정원 조경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흔히들 정갈하고 아기자기하게 다듬은 공원 등지의 조경을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신 경험이 있겠지만 그건 일본식 조경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일본식이라서 나쁘다,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 조경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전통 조경은 인위적이 아니라 정원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여 인공적
요인을 최소로 줄이고, 못을 만들 때도 계곡 등의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들고 나가게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정원수를 다듬지도 않고 가지치기 정도가 고작이며 사철
푸르름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원수를 선별하고 선비의 기상을 대변하는 사군자는
반드시 심는 것이다.

2003.05.11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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