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구미시

[스크랩] 초가을 낙동강 자락...선산 / 도리사, 보천사

임병기(선과) 2008. 6. 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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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례가정을 거쳐 도리사로 향하는 길에 보통 사람의 묘보다 더욱 잘 단장된
의구총(義狗塚)을 만났다. 전북 임실 오수의 의견비가 유명하지만(유명하다는
의미?...보신탕인가 ㅋㅋㅋ) 이곳의 멍멍이도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을 화재로
부터 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아도 화상이 머슴살이의 댓가로 모례로 부터 받은 공양물을 바탕으로 겨울에도
복숭화, 자두 꽃이 만발한 태조산 자락에 개창했다는 도리사는 서너 차례의 탐방
시에도 늘 기분 좋은 절집이었으나 지금은 진입로조차 낯설 만큼 불사가 성대하게
이루어져 있다.
예전에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면 산자락에 펼쳐진 논, 정갈하게 가꾸어진 채마밭이
젤 먼저 맞이해주었는데 온데간데없어 지고 사람을 기죽이는 시멘트 전각이 힘을주고
있어 눈길을 외면한 채 용마루가 짧아 추녀마루가 상대적으로 길어 보인 극락전 아미타불
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영산회산탱에서도 옛느낌을 느낌을 찾지 못 했지만 뜰에 있는
문무왕의 화장지로 알려진 경주의 능지탑 모양의 화엄탑에서 추억의 실타래를 잡고
아도화상의 기도처인 좌선대를 향해 사대부가의 협문처럼 담 사이로 난 돌계단을
내려선다.


*도리사 삼층석탑 자연암반위에 방형으로 다듬은 좌선대에는 효종임금이 신라불교 초전 지역을 기념(?) 하는 비가 세워져 있으나 도리사 선승들에게 방해나 되지 않았을까? 라는 잡스런 생각을 가지며 삼성각 뒤편의 고사목?에 눈길 보내며 요사 뒤 높은 산 능선에 조성된 아도화상 상을 피해 적멸보궁 계단을 오려다 말고 멀리 해평 들판을 조망하며 찻집에서 은은히 울려나와 산사를 나지막하게 감싸 도는 불교 명상 음악에 취해 마치 부석사와 수도암에 서 있다는 착각에 젖는다

*도리사 적멸보궁에서 뒤돌아다본 풍경 신라불교의 초전 사찰이라도 고요하고 한적한 절집이었던 도리사의 역사를 바꿔 놓은 70(?)년 대에 발견된 석존의 사리를 모셔 놓은 적멸보궁의 사리탑은 화려하다는 생각 외에는 느낌이 오지 않았지만 간만에 사리탑을 향해 삼배 올리고 버릇없이 사리탑을 등지고 앉아 어칸문을 열고 겹겹이 가을을 담고 있는 산자락에 몰입하며 지난 시절의 도리사를 반추해보지만 적멸보궁 앞에 핀 이름모를 들꽃 속에 동행했었던 여편네의 얼굴만 살아날 뿐 이었다.

도리사 적멸보궁
아도화상이 손가락을 곧게 펴고 황악산을 가리킨 곳에 직지사를 창건했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오는 서대를 가다말고 정체모를 마치 전망대 같은 건물 속에 모셔 놓은 부처를 상감마마 혼자서 둘러보고는 발길을 재촉해 도리사를 내려와서 해평동 석조 여래를 찾아 낙동강 강둑을 달려 보천사를 향해갔지만 한적한 사하촌에 오리고기 닭고기 식당만 요란하게 자리 잡아 유쾌한 마음은 아니었지만 보천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금오산 정상을 위안삼아 한참이나 눈길 붙들어 매었다. 보천사는 석조여래좌상 한분을 큼직한 대웅전에 모셔두었으니 참 복 받은 석불이지만 안내문과는 달리 얼굴 모양 특히 코, 귀, 입이 성형수술을 그 것도 무허가 돌팔이 석수쟁이가 집도한 탓인지 짝귀, 어울리지 않는 코 등, 군데군데 휴유증을 앓고 있다. 하지만 싫지 않는 느낌은 왜일까? 우리 산하 곳곳에 버려져 있는 돌부처에 비하면 한분의 돌부처로 인해 이만한 불사가 이루어지고 많은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 아닌가? 금불보다, 석불을 좋아하는 나의 의중이 다분히 어린 감상일지라도 생채기 난 얼굴의 상흔을 보다듬을 것 같은 광배에 아롱이 새겨진 9분의 화불은 좀처럼 친견치 못할 귀한 조형이지 않은가? 석불을 향해 상감마마의 절은 길어지고, 광배의 화불을 올려보는 나의 눈은 즐거움으로 흥건해 오는 것은 낙동강 변을 돌아온 여정을 쉬이 마치기가 아쉬운 까닭일까? 2003.09.20
사진...상감마마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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