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대 부처님을 뵙기 위해 산길을 오른다. 사바에서 지은 죄가 많으니 살아 생전에라도 반야용선에 승선하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바삐 움직인다. 잠시 발품을 팔면 오르는 반야용선 길인데도 인간의 간사한 욕망 탓인지 데크 공사가 진행중이다.
용선대 직전에 예전에 인식하지 못했던 바위 구멍이 눈에 들어온다. 용선대부처님 보호 전각 기둥이 홈이겠지라고 단정하고 접근했다. 그러나 부처님과 너무 떨어져 있어 보호각 기둥자리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마애부도?
분명 마애부도로 생각되지만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어 확신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학술 논문을 발표할 자격도 없으니.
서울 근처에는 마애부도가 많으나 직접 답사한 적은 없고, 경상도 마애부도는 모두 뵌 것 같다. 청도 신둔사, 해인사 원당암 입구, 상주 북장사...아직도 진행형이라 믿고 싶다.
석불좌상은 자연 암반위 연화대좌에 모셔져 있다. 광배는 결실되었다. 나발에 육계가 높고 이마에는 백호를 두었고 원만한 상호에 미소를 머금고 계신다. 귀는 길어 어깨에 닿고 목에는 삼도가 보인다. 법의는 통견으로 옷주름을 어깨 너머로 걸쳤다. 두툼하게 표현한 손은 항마촉지인이다. 무릎이 두터워 안정감은 있으나 둔중해 보인다.
대좌는 상.중.하대로 구성되어 있다. 방형 하대석에는 복련을 표현했고 팔각 중대석에는 우주와 안상을 새겼으며, 반구형 상대석에는 앙련을 새겼다. 그나저나 본래의 대좌 맞을까?
명문이 보이는가? 2009년 석조여래좌상 측면 중대석에서 명문이 발견되어 절대연도가 확인되었다. ‘개원십(開元十)…/월입오(月卄五)…/성명(成明)…’
석등자리가 맞을까? 예배공간은 너무 협소하지 않은가?
반야용선. 배는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 사진을 다시 보자. 용선대 부처님은 바로 앞쪽 산을 향해있다. 즉 나아갈 항로가 막혀 있다. 그러나 현재 자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앉으면 아랫마을이 훤히 조망된다. 부처님은 절에 오는 중생들에게 어깨를 돌리지 않는다. 멀리서 내려보며 어서오라고 미소 지을 것이 분명하지 않을까? 부처님이 방향을 바꾸어 앉으면 연화대좌 중대석 명문도 대좌 정후면이 된다. 아울러 충분한 예배 공간이 확보된다. 물론 석등도 제자리가 아닐 것이다. 누가 이렇게 방향을 바꾸었을까? 근거 없는 나의 픽션이다.
허공의 불타 (관룡사 용선대에서)...황동규
바위에 붙어 있는 풀들도 허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내민 팔들이 질긴 것 같지만 허공 쪽에서 잡으면 팔을 탁탁 끊어버린다 그렇다, 밖으로 내민 것 끊지 않고 허공 앞에 설 수는 없을 것이다. 저 아래 새들이 날고 그 밑에 바위 그림자 가라앉을 때 등 뒤에서 태양이 머뭇거릴 때 늦가을 산정 바람 예리한 칼끝은 줄곳 옷가슴을 들치며 심장이 여기지, 여기지, 묻는다 불타와 예수의 앞자리치고 위험치 않은 자리 어디 있으랴? 허공에 나앉은 불타, 몰래 밖으로 내미는 인간의 팔 탁탁 끊어주소! 나무뿌리에 되우 낚아채인 다리 후들거림 멎으며 허공이 텅 빈다
2014.0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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