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칠곡군

칠곡...낙화암

임병기(선과) 2011. 5. 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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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지천면 신리 낙화담 둑

 

 

낙화암은 지천면 신리 웃갓  마을에 있는 사양서원의 남쪽에 위치한 암석으로 형성된 산의 북쪽 절벽을 말한다. 낙화암(138.4m)이 있는 바위산은 전체적으로 형태가 바리때[鉢]처럼 생겼다고 하여 예전에는 발암산으로 불렸다. 임진왜란 때 마을 여인들이 이곳으로 피해 있다가 왜병들에게 발각되자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버릴지언정 왜병의 손에 더럽혀지지 않겠다는 충열에서 몸을 던져 죽어간 절벽으로 훗날 세상 사람들이 아름다운 여인의 꽃들이 진 바위라해서 낙화암이라 했다. 현재 지천면 심천2리에는 쌍열각이 있는데 임진왜란 때 낙화암에서 녹의홍상(緑依紅裳)의 두 모녀가 정절을 지켜 순절하여 후에 나라에서 정려하여 세워진 것이라고 칠곡군청 홈에는 기록되어 있다.

 

 

사실은 낙화암을 찾아온 것은 아니다. 우연한 자리에서 지천 출신의 지인이 자기 고향에 바위속에 마애불이 있다고 하여 만사접고 달려와 뵌 분이다. 불상은 아니고 남근석을 닮은 자연 바위이다.

 

 

 

낙화암 자락 낙화담을 마주보며 작은 동굴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검은 흔적은 민초들이 소박한 소원을 기도하며 밝힌 촛불 거을름이다. 지극정성을 다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민간신앙물로 이곳 민초들과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낙화담

 

낙화담에 가면 한 잎 한 잎 떠내려 가는 언니가 있다.

 

이해리

 

낙화담은

치렁치렁 머리숱 많고 살결 맑은 몸피 위에 연분홍 연분홍

복사꽃 띄워 놓고 물 속으로 뛰어든 호수다.

호숫가에 앉아 꽃잎을 건져보면 잡힐 듯 잡힐 듯

더 깊은 속으로 떠내려 가는 언니가 있다.

 

落花潭으로 난생 처음, 초등 1년 소풍, 엄마는 웬일인지

언니 따라 보냈는데 풀물 밴 다리 아프게 걷다 돌아 본 줄 끝에 언니 보이지 않아 앙 울어버렸던

기억, 언니 저기 있네 가리키신 선생님 손가락 끝에 햇살 부시게 반가운 포플리 저고리, 뽀얀 목

더미 내밀고 한 그루 풋풋한 복숭나무 소풍 보퉁이 들고 서 있었지, 가시내야 니 밴또까지 갖고

있는데 어디 갔을까봐 선생님 앞에 창피하게 울고 야단이냐 머리 콩콩 지어 박을 때 입술 속에서

향긋한 슬픔 같은...꽃잎이 흘러나오던 언니

 

상사였다고 하고 미쳤다고도 하고 쉬쉬 골방에 같혀 시름시름 죽어갔다는 미혼모 세 째 고모의

아버지 모르는 그녀...비둘기가 울던 그 밤에 눈보라가 치던 그 밤에 어린 몸 갈 곳 없어 낯선 거리

헤매었네...젖은 목청의 저녁이 쌀 씻어 안칠라치면 가장 슬픈 바람으로 이 세상 한바퀴 떠돌다온

어슬름이 내 귓속에 추운 강물 소리 내려 놓던...

 

반쯤 익은 복숭처럼 고운 자태, 살가운 목소리, 무엇보다

치렁치렁 숱 많은 머리칼 향기,

만추의 과수원처럼 익고 싶은 야망도 많아

성공할 것이다 속살 깊이 박힌 외로움

뜨거운 심장처럼 숨기고 봄 밤 속으로 떠나가서

시골 다방으로 한 잎, 도시 미용실로 한 잎

 

건지려고 하면 더 깊은 속으로 떠내려가는

물 위의 복사꽃

 

 

                                                                                     201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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