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영월군

영월...요선정

임병기(선과) 2010. 9. 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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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녀온지가 2003년이었다. 여전히 그자리에 계시며 하기 휴가온 피서객의 요란함에도 익숙한 모습이다. 예전에는 강가에서 물놀이만 즐기고 떠나는 행락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찾아오는 발걸음도 잦은 듯 짧은 황톳길이 포장된 도로처럼 보인다.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 법흥사 초입, 치악산에서 흘러온 운학천 물과 옛 흥녕선원지를 거쳐온 법흥천이 합류하여 맑은 계곡을 이룬 요선정. 눈아래는 모래에 씻기어 모습을 드러낸 큰 암반위로  명경지수의 계곡이 펼쳐지고 마주보이는 암벽도 무릉의 이름에 어울리는 그 곳에  나투신 마애불. 청석탑. 신선을 맞이한다는 요선정이 자리하고 있다.  

 

요선정.  통일 신라시대 철감국사 도윤과 징효대사가  사자산문을 열고 사자후를 설하셨던 자리었다고 한다. 요선암의 유래는 조선 중기 유명한 풍류객인  봉래 양사언이 이 곳 경치에 반하여 바위에 "요선암(邀仙岩)"  글씨를 새겼는데서 기인한다고 전해온다.

 

현재의 정자는 1913년 마을 유지인 원세하(元世夏), 곽태응(郭泰應), 이응호(李應鎬) 등이 숙종, 영조, 정조의 어제시를 봉안하기 위하여 건립한 것이다. 본래 이들 시판은 청허루에 있었던 것인데, 누각이 폐허가 되어 일제강점기때 일인의 수중에 들어 갔으나, 이를 김병위(金炳緯)가 1909년에 환수하여 보관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자 정면에는 이응호가 쓴 ‘요선정’, 왼쪽에는 ‘모성헌’이라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세분 군왕의 어제를 모시게 된 배경을 다음에서 검색하였다. 
"영월 땅에 세분 군왕의 御製御筆詩文(어제어필시문)이 내려진 것은 숙종 말년인 17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숙종대왕께서는 1446년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에 유배된후 사약을 받고 승하하신 선대왕을 단종으로 복위하고 종묘에 모시는한편 노산묘를 장능으로 추봉하는 등 조선초기의 왕조애사를 바로 잡기 위해 힘쓰신 분으로, 영월 유배길의 소상한 일들을 물어 살피시다가  1698년(숙종24) 정월에 憑虛,晴虛兩樓詩(빙허,청허양루시) 한수를써서 당시 강원감사 심정보에게 내리니 어제어필 시문이  주천 현루인 청허루에 간직되었다.


그러나 청허루에 화재가 있어 어제시는 누대와 함께 소실되고 말았다. 그후 청허루를 중건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영조대왕께서는 선왕의 시문을 먼저와 같이 그 자리에 보존하기 위해 숙종대왕의 어제시를 손수 쓰고, 그 뒤에 다시 시 한편을 더 보태어 당시의 강원감사인 林鏶(임집)에게 내리니 새로 중건된 청허루에는 두 임금의 어제시를 봉안하게 되었고, 그 후 다시 정조대왕께서는 청허루에 봉안된 두 분 선왕의 어제시를 소중히 간직할 수 있도록 <敬吹酒泉縣樓所奉 序>(경취주천현루소봉 서)를 지어 두분 선왕의 어제시 옆에 걸게 하였다."
 

 

신경림 시인이 바위에서 걸어 나와 주천강에서 손을 씻고 주천장터를 휘젖고 다니다가 별들이 하늘에 숨어 버릴 즈음 허겁지겁 바위속으로 들어와 앉는다고 노래했던 마애불이다. 얼핏보면 입상 처럼 보이지만 좌상이다.

 

 

자연암반 위에 타원형 얼굴 부분은 양각으로 양감이 풍부하고, 다른 신체는 선각으로 표현하였다. 후대에 조성한 보개가 있고, 머리는 소발로 육계가 있다. 상체는 길고 원만하지만 결가부좌의 하체를 지니치게 크게 표현하여 균형미가 떨어진다. 두 손을 가슴에 두었으며, 오른손은 손등을 보이고 왼손은 오른손에 평행이 되게 들고 있으며, 법의는 통견이다. 고려시대 불상으로 전해온다.

 

 

연꽃 대좌 위의 결가부좌한 하체를 크게 표현 했다.

 

 

 두광에는 연꽃무늬를 돋을새김하였고, 신광은 두 줄로 선각해 놓았다.후대에 조성된 듯한 보개가 있다.

 

 

주천강가의 마애불...신경림

 

다들 잠이 든  한밤중이면
몸 비틀어 바위에서 빠져나와
차디찬 강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뻘겋게 머리가 까뭉개져
앓는 소리를 내는 앞산을 보며
천년 긴 세월을 되씹기도 한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논틀밭틀에
깊드리에 흘린 이들의 피는 아직 선명한데
성큼성큼 주천 장터로 들어서서 보면
짓눌리고 밟히는 삶 속에서도
사람들은 숨가쁘게 사랑을 하고
들뜬 기쁨에 소리 지르고
뒤엉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참으려도 절로 웃음이 나와
애들처럼 병신 걸음 곰배팔이 걸음으로 돌아오는 새벽
별들은 점잖치 못하다
하늘에 들어가 숨고
숨 헐떡이며 바위에 서둘러 들어가 끼어앉은
내 얼굴에서는
장난스러운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요선정 앞 청석탑. 예전 기억으로는 마애불 바로 앞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강원도에 남아있는 청석탑으로는 치악산 보문사와 입석사  2기이며 우리나라에도 그리 많지 않다. 기단석위에 기단면석, 갑석, 옥개석과 몸돌이 각각 4개만 남아 있고 상륜은 보이지 않는다. 5층탑, 7층탑이었을까?

 

 

옥개석 낙수면 물매는 얕고 옥개받침은 2단이다. 탑신은 우주없이 원문에 범자를 한자씩 새긴 것을 각면에 각각 3개씩 조각하였다. 기단 갑석은 뒤집어 복원된 모습으로 여겨진다.

 

 

武陵桃源을 찾아 ...이남수

 

술이 샘솟는다는 주천 강에서 놀다가

                                                      복사꽃 얼큰한 향기에 취하였네

 

                                                     지느러미 푸득거리는 봄의 혈기여

 

                                                      무리지어 물살을 거슬러 오를 때

 

                                                      은빛 비늘의 번쩍임을 자랑하지 말게

 

                                                      그대 취한 눈동자 속에

 

                                                      물결 따라 춤추는 흥겨운 꿈

 

                                                      여울 소리엔 귀를 닫더군

 

                                                      굴절된 수면 밖 세상에서

 

                                                      나는 반두를 펼쳤다네

 

                                                      그물코에 물비늘만 잡히고

 

                                                      걷어 올리느니 바람소리 한 종다래끼

 


 

                                                      강심을 쫓아

 

                                                      선경(仙境)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던가

 

                                                      물길 따라 복숭아꽃은 아니 흐르고

 

                                                      도천교 옆 이정표엔  무릉도원(武陵․ 桃源)이 있다하는데

 

                                                      나는 어디에서 길을 찾는지...

 

                                                      등 뒤 빙허루에 오후 그림자가 누웠다

 

                                                      귀가 길에는 잊지 말아야지

 

                                                      강가에 풀어놓은 보따리 하나

 

 

201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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