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남해군

남해...망운산 망운암

임병기(선과) 2009. 12. 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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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1024번 국도에서 망운암 이정표를 보고 올라간다. 반대편 차와 교행하기 어렵겠다는 우려가 바로 현실이 되었지만 경운기를 운전하시는 초로의 촌부에게 망운암에 이르는 산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르는 산길에서 바라보이는 섬진강 하구 하동포구, 하동화력, 광양 제철소와 다도해의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되어 넋을 놓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바닷내음 머금은 산바람이 슬며시 나의 등을 밀며 길을 재촉했다.  

 

 

산길을 돌고돌아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길을 오른다. 일주문이 보여 이제 구름에 실려온 염불소리 들리겠지라는 생각도 잠시 또다른 일주문이 무표정하게 객을 마중한다. 일주문이 둘이다. 망운암 입구의 일주문은 유례가 없는 석조 일주문이다. 나처럼 겂업이 차량으로 통과하는 중생들에게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리라는 무언의 경고이리라. 

 

망운암은 고려시대 진각국사 혜심스님(眞覺國師 慧諶, 1178~1234)이 창건한 암자이다. 진각국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한 화방사의 전신 연죽사를 지금의 화방사 서남쪽 400미터 지점으로 옮겨 짓고 영장사로 이름을 고쳐 불렸다. 이때 화방사의 암자로 망운암도 함께 창건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망운암. 작은 산중암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남해읍과 남해바다를 내려다 보며 넓은 부지에 중심법당인 보광전을 비롯 하여 전각들이 일자형으로 배치되었으며 뒤로는 삼성각, 산신각 대신 바닷가 사찰에 모셔지는 용왕각이 평지가람을 무색케한다.

 

약사전 앞 망운암사리탑은 1970년대 태국왕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부처님 진신사리 5과를 선물한 것을 당시 망운암 주지 덕산스님에게 전해져 보관중에 사리탑을 만들어 사리를 봉안했다고 한다.

 

 

남해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망운암의 주전각 보광전은 근자에 세워진 듯 하다. 정면 5칸에 측면 3칸 겹처마 주심포계,팔작지붕이다. 어칸과 협칸은 3분합문이며 중앙은 솟을빗살연꽃문, 좌우에는 빗살문 창살을 달았다.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보광전 전각명과 달리 운궁형 닫집 아래에 아미타불을 주불로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협시보살로 봉안 하였다.  

 

 

삼존불

 

 

내가 망운암을 찾은 까닭이 석조 관음보살과 망운암 동종을 보기 위해서였다. 보광전에 모셔진 관음보살은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33호이며 망운암에 전해오는 구전에 의하면 옛날에 경주 옥돌로 조성된 영험 높은 부처님이라고 한다. 

 

"머리에 보관을 쓰고 양쪽 무릎 위에 두 손을 각각 나란히 두었으며, 오른쪽 발은 군의 바깥으로 노출된 반가부좌의 보살상이다. 총 41.2cm 높이의 중소형 불상으로 보관의 형태, 방형의 얼굴, 의습 처리 등 18세기 이후 경남지역 불상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특징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망운암 동종. 옛부터 망운암에 있었던 동종으로  종신 하단에 점자 명문 (건륭오십년을사(乾隆伍拾年乙巳)년)으로, 1785년에 남해 화방사(花芳寺)에서 제작된 종으로 밝혀져  범종의 편년과 제작기법을 알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용뉴는 단용이며 음통은 보이지 않는다. 천판과 종신 표면이 일부 매끄럽지 못하고, 상대에는 조선 후기에 보이는 길상을 상징하는 범자문을 새겼다. 중대에는 유곽과 당좌를 생략하고 어떤 장식도 없는 소박한 모습이다. 중대와 하대에는 한 겹 동심원을 둘렀다. 하대에는 넝쿨문 처럼 보이는 문양이 희미하나 분명치 않다.

사실 나는 동종을 직접 보지 못했다.  자료와 사진으로서 외관을 기술하였을 뿐이다. 망운암에 도착하여 보광전과 관음보살을 답사하고 사시마지 준비중이던 보살님 안내로 요사채 2층 다락(?)에 보관중인 동종을 보기 위해 스님께 부탁드렸으나 거절 당했다. 방문 목적을 분명히 설명드렸으나 특별한 이유없이 거절하며 사진으로 본 것으로 만족하라고 말씀하셨다. 거듭 정중하게 요청하였으나 스님은 "귀하의 신분도 모르고...."라고 말끝을 흐리셨다.

 

지금 까지 사찰 답사중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처음에는 거절하여도 방문 목적과 신분이 확실하면 보여 주었었다. 물론 사전에 답사 시간과 목적을 알리고 승낙을 받았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니 나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다. 후에 알았지만  성각 주지스님은  선화(禪畵)에 대가시며 법력이 높으신 분이셨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뵙고 싶은 스님이다.

 

 

주로 사찰 극락전, 명부전 벽에 장식되는 반야용선도가 보광전 내부에 있다.

 

 

빗살문 창살. 솟을빗살연꽃창살. 빗살문 창살

 

 

짧은 머무름 후에 내려오는 발길이 천근만근이다. 문화재는 찾는 사람이 있어야만 빛을 발휘하지 않을까? 수장고에 감금되어 있고 학자들과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망운望雲이라고 했다. 구름을 올려 본다는 의미인지, 산위에서 구름을 내려보는 시선인지 알 수 없지만 구름도 사람도 망운암에서 쉬어가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200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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