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영암군

영암...망월사 약사여래좌상

임병기(선과) 2009. 9. 24. 09:21
300x250
300x250

 

 

텅빈 절집 적막강산이다. 그 흔한 멍보살도 보이지 않는다. 괜히 미안했다. 뭔가를 주인 몰래 훔치는 느낌이라 조심스러웠다. 스님을 부르며 요사를 돌아갔더니 출타중 이라며 폰 번호를 남겨 놓은 메모지가 있었다.

 

남겨진 번호로 약사여래 부처님 뵈으러 왔다고 했더니 보살님이 편찮아서 잠시 영암 병원에 있으니 꼼짝 말고 기다려 차 한잔 하고 가라했지만 동선을 고려 정중하게 사양했다.

 

 

여기저기 부재와 절집을 돌아 보는 중에도 중에도 여러 차례 전화가 왔다. 북미륵암에 갈 예정이란 얘기를 듣고는 스님을 소개해주겠다고 꼭 기다리고 있어라고 했다. 끝내 거절하고만 내가 밉기도 하지만 목포의 청매님이 아침부터 기다리고 계셔서 주체하기가 어려웠었다.

 

 

문화재청 자료에는 미륵전에 봉안되었다고 했지만 근자에 약사전을 마련했다. 문화재청 자료를 가져왔다.

 

망월사 약사전에 봉안되어 있는 이 불상은 두께가 32㎝나 되는 두꺼운 돌에 양각을 한 여래좌상이다. 불신 뒤에는 배(舟) 모양의 광배가 있으며, 현재 시멘트로 된 직사각형의 대좌 위에 안치되어 있다. 민머리 위에 상투 모양의 육계가 사발처럼 솟아있고, 얼굴은 4각형의 평면에 코는 인위적으로 깎아낸 듯 하며 입은 형식화되었다. 목에 3개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뚜렷하고 양어깨를 덮은 옷은 옷주름이 섬세하지 못하고 듬성듬성하게 묘사되었다.

 

손 모양은 오른손은 오른쪽 무릎 가장자리에 대고 있고 왼손은 가슴 위로 올려 보병을 감싸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앉은 자세는 오른발을 왼무릎에 올린 모양인데, 무릎을 덮은 군의자락이 간략화되었다. 무릎 밑으로 대좌가 이어지는데, 연꽃무늬의 장식이 보이나 중앙에서는 마모되어 연꽃무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머리 주변 광배 표면에는 불꽃무늬가 희미하게나마 묘사되어 있다.

이 불상은 이목구비의 불균형, 경직화된 어깨의 표현, 팔과 무릎에서 나타나는 사실성의 결여 등으로 볼 때 고려시대 말기에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망월사 석불좌상은 확실한 배 모양의 광배를 갖추었으며 두꺼운 돌에 양각을 한 불상으로서는 흔치 않은 사례인 점, 그리고 왼손에 보병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여래상으로 보이는데, 고려말 이 지역일대의 약사여래신앙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등 역사적·학술적·향토문화적 가치가 있다.

 

 

망월사가 월출산 너머 영암고을에 달이 뜨면 가장 바라보기 좋은, 아름다운 절집일까? 그 밤에 찐한 호남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스님의 걸쭉한 육자배기가 듣고 싶다면 과욕인가? 불경인가?

 

2009.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