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영동군

[스크랩] 영동...당곡리 12장군 신당

임병기(선과) 2008. 6. 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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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홀로 답사인 줄 알았는데 청주 사는 옛님과 동행이다. 영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읍내 당곡리로 향하는 마음이 가볍기만 한 까닭은 혼자 답사 묘미보다 함께하는 답사 즐거움도 깨우쳤기 때문일까?

어떤이가 그러더군. 그렇게 변해가는 자기를 느낄 때 이미 노장이라고? 내가 그랬지.야! 임마 그건 노장이 아니라 노련을 빙자한 노회이니라!!

 

답사라는 미명으로 경향각지를 헤맨지 제법되었지만 우리문화에 대한 태초의 관심은 민속이었다. 유년의 기억을 반추해보아도 그속에 그려진 내모습의 편린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불교, 유교 문화가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당신앙,풍수, 무속, 민속신앙, 동제,마을 숲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우리토속 민속에 눈을 돌렸었고 아직도 가슴 설레인다.

 

신당에서 마을 이름이 유래한 당곡리 이정표를 찾아 마을 경로당 문을 열었더니 ㅎㅎ 참 할아버지방, 할머니방을 구별해 두었다. 방문 목적을 여쭈었더니 신당 열쇠를 가지신 어르신이 나오셔서 동행해 주셨다.

 

 

신당은 마루 한 칸, 방 한 칸이며 방에는 중국 12장군의 3면에, 옆 마방에는 적토마가 모셔져 있다. 우리 전통민속과 약간 거리가 있는 장군신앙은 임진왜란 때 원군인 명나라 군사 사기진작 목적으로 도입된 중국 민속으로 우리마을 신앙으로 채택된 경우는 흔치 않다.

 

물론 서울과 경북 안동(옛님의 숨결방 288번 참조), 경북 성주에 그 자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왕묘이지 마을 신앙의 형태는 아니다.


 

사진은 정면벽의 장비 제갈공명 관우 조자룡 장군이다. 우리 민속에서는 장군신앙이 마을의 안녕을 도모하는 마을 신앙보다는 한을 품고 목숨을 빼앗긴 장군들의 혼을 위무하는 신당이 도처에 분포하고 있다.

이성계 일파에게 죽은 최영장군, 젊은 나이에 순국한 신립, 남이장군,김자점 일파에게 타살 당한 임경업 장군이다.

 

우측벽의 장군

 

그렇게 모셔진 장군신당은 초복을 주며 특히 아들을 점지하는 영험한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반적으로 바닷가에 모셔진 경우가 많다. 강원, 경북 산골 지방에서는 단종 신위를 모신 성황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행한 어르신에게 슬쩍 여쭈어 보았다.

 

-.요즘도 동제를 올리시나요?

-.머뭇거리시더니 정기적으로 올리지는 않는다고 하신다. 다만 일년에 세차례 벌초는 정성스럽게 한다.

예전에는 정월 보름 하루전에 유교의식으로 동제를 모셨으며, 제관은 지난 한해 동안 액이 없고 복을 입은 분 중에서 선발하여 일주일 동안 두문불출, 매일 목욕 재개하며 , 부부관계도 금했다고 한다.

-.제수 비용은 어떻게 충당했나요?

-. 위토(제를 올릴 목적으로 농사 짓는 땅)에서 수확하는 작물로 충당했다.

-. 동제의 효험이 있으신지요?

-.6.25 때도 인근마을과 달리 당곡리에는 부상당한 동민도 없었다고 하신다.


좌측벽 장군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 훗날 12장신당 동제는 군청에서 주관하여 이루어 질 것이며, 당곡리 신당 역시 저 산 너머에 위치하였다 철거되었는데 영동군수의 꿈에 현몽하여 당곡리로 모셨다고 한다.

-.가끔 찾아 오는 사람 있나요?

-.일년에 서너번 공부하는 교수, 학생이 방문하지만 예전에 비해 발길이 뜸한 편이다.


 

마방에 모신 적토마 그림이다. 장군을 모셨으니 말도 추앙받는 믿음이며 본래는 나무로 조각한 말이었으나 도난 당했다. 우리민속에서 말신앙은 주로 깊은 산골, 호랑이 출몰이 빈번한 지방 성황당, 산신당에 모셨다.  비교적 작은 흙으로 빚은 말을 두어마리 안치하였는데 대부분 불구의 말이었다고 한다.

 

마을에 침입하는 사악한 잡귀와 싸우다 입은 부상의 흔적인 것이다. 이와 달리 경남 고성 옥천사 초입 마암리에서는 돌로 말을 만들어 마을 입구에 모신 경우도 있다(옛님의 숨결 20번 참조). 호랑이 출몰로 부터 마을사람과 가축 보호 목적의 민속 신앙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민속과 관련된 문화유적을 답사후 느낌은 편치 않다. 앞으로 누가 계승, 보호하고 면면히 이어오는 마을 정신, 신앙. 마을 지킴이를 포용할 수 있을지......

 

2007.01.20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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