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군위군

[스크랩] 군위 / 신흥사, 덕림사...가난한 절집

임병기(선과) 2008. 6. 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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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더러운 나를 시험이라도 하듯 우보 신흥사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미련스럽게 고수하는 답사 철칙은 가능한 남에게 묻지 않고, 동선이 잘못 되어도 되돌아 오지 않기인데, 동행인이 있으니 드러내놓고 육두문자도 내뱉을 수도 없고  속만 뭉그러진다.

 

오락가락, 좌충우돌,지그재그 채 눈이 녹지 않은  이정표 없는 들길,산길을 흘떡거리는 95년식 애마에 채찍을 가해 신흥사 중정에 도착했지만, 적막강산의 절집이다. 아무리 살펴도 3층탑은 보이지 않는다. 한참후 요사에서 예쁜(?) 보살님이 나오셔서 스님은 출타중이라며 무척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3층탑 존재 유무는 횡설수설이다.

 

탑은 있거나말거나 신흥사는 요즘에 흔치 않은 가난하지만 조용한 절집처럼 보여진다. 꼭 다시 오고픈...

 

                                                                   우보 신흥사
 

올라올때 눈길에 헛바퀴질로 내려가는 길이 은근히 걱정되었지만, 잘도 굴러준다. 친구와 술은 오래 묵을 수록 좋고, 자동차와 마누라는 오래될 수록 편안하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달은 순간이었다.(우리 마눌이 이 글을 보면 웃을까? 이를 갈까?)

 

스스로 국보라 칭했던 무애 양주동 선생도 신혼시절 한 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마누라 눈치보며 살았는데, 일개 범부인 내가 하늘같은 마누라 눈치를 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 아닌가?

 

                                                                   덕림사 오층탑

 

갈 길은 녹녹치 않은데 짧은 동짓달의 하루해는 산구비를 넘어가고 있다. 유난히도 바람이 심한 산성 화본리 덕림사는 단청이 요란하고 팔상도가 벽면에 그려져 있다. 비닐로 덕지덕지 치장한 요사는 궁색하기 그지없이 보인다.

 

올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의 해다. 글쎄 2002년 4강 신화를 다시 이룰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의적으로 생각하겠지만 나에게 우승을 할 수 있는 비책이 있다. 즉, 방송국 축구 해설자, 언론의 축구 전문기자, 구단의 감독 등으로 팀을 구성하면 확률 100% 우승 이다.

 

그들은 입으로 축구를 하기 때문이다. 멤버 교체한 선수가 골을 넣으면 기막힌 용병술로 승리했다고 지면을 장식하지만,  패하고나면 무리한 선수교체로 게임을 망쳤다고 감독 경질을 들고 나온다.

갑자기 왠 뚱딴지??? 나라는 화상도 바로 방송국 해설가와 진배없기 때문이다.

 

화려하게 중창불사한 절집에 이런 오층탑이 있었다면 '오직 오층탑만 옛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라고 나불되겠지만, 덕림사의 오층탑을 보는 순간 '가난한 절 집 탓에 처연하다.'라는 느낌이 들었으니 이른 말이다.

 

                                                                   덕림사 석등
 

덕림사 오층탑은  기단이 땅속에 묻힌 1기단, 4개의 옥개석 받침, 1개의 모서리 기둥, 외형 등으로 쉽게 고려탑임을 알 수 있지만, 100년 전 외국인에게 찍힌 사진속의 우리 선조를 바라보는 듯 하다. 그래도 눈여겨 보면은 우리 옛님의 지혜가 탑전체에 솔솔 풍겨나고 있으니, 옥개석과 몸돌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대웅전 앞에도 두기의 석등이 덕림사의 내력을 간직한 채 객에게 손짓한다. 고집스런 고풍 유지와 유연한 변신의 화두를 던지면서......

 

2005.12.26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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