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리탑을 거쳐 동네 초입에서 차를 세웠다. 따뜻한 양지쪽에 겨울볕을 쬐며 이야기를 나누는 촌로에게 다가서서 어모면을 가장 빠르게 갈 길을 여쭈니 의견이 분분했다. 순간 집대문이 열리면서 골목이 떠나갈 듯한 여장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골목이 조용해진다.
난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왜? 골목을 일순간에 장악한 아주머니의 왜소하고 깡마른 체격이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6~70년대 농업사회에서 촌락의 오피니언리더는 부잣집도, 덩치기 큰 사람도 아닌 집안이 많은 가문의 여인네였다. 동네에서 그런 집안과 친분을 유지하지 않으면 농번기에 품을 살 수도 없을 뿐더러 대소사에 애로가 지대했기 때문이었다.
8~90년대는 이른바 산업사회로 진입한 탓에 마을의 여론주도층은 대처로 나가 돈을 많이 벌거나, 공고 상고에 진학 은행이나 대기업에 취직한 자식을 둔 아주머니였으며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살았다. 요즘은 어떤 분이 주도권을 잡을까?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식과 함께 시골에 사시는 분이 아닐까? 연세가 높은 탓에 농사는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젊은이의 도움이 없으면 생활의 불편함이 따르고 면,읍네일도 그들의 도움이 절실하기에 젊은 자식이 동네에 같이 사는 아주머니의 발언권이 강한 것이다.
어모(禦侮)면 지명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어머니가 아닐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김천시 홈에 들아가보았더니 태종 임금이 정종의 태를 봉안적이 있으며 "어모는 어머니이며 물과 땅신 즉 지모신을 드러낸 것이며 기원적으로는 능치, 혹은 능점의 곰마을에서 비롯된 것이며 뒤로 오면서 거북이와 접합되어 쓰이게된 이름으로 볼 수 있다" 고 했다.
은기리마애보살반가상
김천에서 상주로 가는 국도변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인내력을 시험이라도 하는 듯이 이정표는 없다. 한순간이라도 은기리 푯발을 놓치지 않으려고 속력을 늦추고 달리는 뒤꽁무니에 울리는 화물차의 경적은 답사를 마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반적으로 거대 마애불은 통일신라말~고려초의 유형으로 보며, 조성된 장소는 당시에 오고가는 사람이 많았거나 요충지에 조성된 것으로 미루어, 현재는 산간오지지만 그시절에는 상주방향에서 김천을 경유하지 않고 추풍령으로 가는 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려초 거대불상이 대부분 입상인데, 은기리 석불은 삼국초에 유행했던오른발을 왼발위에 올린 반가상이다. 이런 사례가 또 있는가? 머리에는 삼산관, 우견편단이고, 수인은 뚜렷하지 않으며 석불 테두리에 홈을 파서 빗물 유입 차단장치를 했다.
삼국초의 반가상이 사유상이며 습의가 상현좌인 것과는 차이가 있으나, 고려초의 거대불이 미륵불로 칭해지는 것처럼, 혹 미륵을 상징하기 위해 미륵반가사유상을 모방하여 반가상을 조성하지는 않았을까? 불상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퍽 매력적인 불상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옥률리석조여래입상
옥률리 불상 찾는 길도 어떤 안내 간판도 없어 혼자서 한참이나 헤매었다. 덕분에 수백년 된 듯한 동네 당산목인 느티나무에 금줄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미로처럼 엉킨 마을길을 벗어나 담벼락에 적힌 문암사 표식을 발견 직감적으로 석조여래 입상이 문암사에 소재한다고 판단 만만치 않은 산길을 올랐다.
초입에 사찰 풍경과 배치되는 최근에 조성한 5층탑이 맞아주지만 시멘트로 조성한 두어채의 전각에는 현판도 없고 문도 꽁꽁 닫혀져 있다. 비닐 하우스 안에서 작업에 열중인 스님께 인사를 드려도 본체만체시다. 비스듬한 전각 앞에 안내문에 의해 석조여래입상이 모셔진 전각이 극락전이라는 것을 알고 문을 열어 친견했다.
왜? 아미타불일가?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나중에 스님께 여쭈어도 모르신다고 하셨다. 땅속에 묻혀 있는 불상을 발굴하여 전각속에 모셨다고만 하시고, 찾아온 손이 귀찮은 듯 고추꼭지따기에 열중이시다. 공양시간 무렵인데도...
(사진 솜씨 탓하지 마시길..)사진에 보이듯이 오른손은 가지런하고 왼손은 멸실되었으며 불상, 광배가 한개에 돌이고, 뒤로 누운 듯한 자세다. 가난한 절집 살림을 대변하듯 칠성을 모시지 못한 이유로 불상 광배에 보이는 하얀 실을 걸어 목숨을 관장하시는 칠성으로 모셨다.
여름날 피서겸 답사하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의 절집이었다.
그때는 닫혀진 전각도,노스님의 마음도 활짝 열려있으리라!!!
200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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