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영주시

[스크랩] 영주 순흥 / 소백산 성혈사 나한전

임병기(선과) 2008. 6. 6. 08:47
728x90

오래전부터 성스런 구멍절집 나한전이 보고 접어서 몸살이 났었다. 성인이 수도했던, 훌륭하신 스님의 참선 도량이던 뭐 중요한가?  聖穴이라도 좋고, 性穴이면 더 좋겠구만...

분명 우측에 성혈사 입간판을 보았는데 무엇에 홀린듯이 직진을 하였더니 아~~~~~~ 이런 횡재가 있는가? 잘 단장된 서낭당이 보인다.

 


                                                            성혈사 초입의 서낭당

 

아주 오래전 강원도 태백에서, 몇년전 육사 생가 가는 여정에서 잠시 스쳤지만  이렇게 정성 들여 모셔진 서낭당을 보다니... 나도 몰래 수없이 고개를 조아렸다. 가슴이 뛰고 코끝이 시큰해 온다. 이마을 사람들에게 한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 역사, 민속에서 마지막으로 모셔질 성서런 공간이라는 불길한 마음이 자꾸 들어, 참배를 마치고도 계속 직진하였더니 길이 막힌 곳에서 동네어르신들이 사과 선별 작업을 하신다. 어르신!! 성혈사 어디로 갑니꺼? 저아래 서낭당 못 미쳐 왼쪽으로 가야하는데 너무 올라왔구먼!! 이상하다 내가 오늘 왜 이러지?

 


'교행이 불가한 좁은 소로 산길, 황톳길이라면 더 좋았을 것을, 차에서 내려 터벅터벅 먼지 삼켜가며 시간을 잊을 수 있게...'라는  이율배반적인 달콤한 상상을 하며 짙은 녹음속을 가리마처럼 가늘게(?) 그려진 길을 올랐더니 텅 빈 절집 마당이다.

 

 

객도 없고, 승도 보이지 않는다.

혹 혜곡 선생이 말한 스산한 아름다움이 이런 분위기 일까?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자 처럼 갈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중략) 마치 그리움에 지친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택도 없제? 내가 무슨 희한한 아름다움을 알겠는가? 혼자라는 생각에서  공포가 엄습해오고 사람이 그리운 것을, 사무치게(?) 그리운 것을...

대웅전도 없고 양반집 사랑채처럼 보이는 주전각은 '큰 법당'이며, 정갈한 절집 마당에 발자욱만이 어지롭고, 큰법당과, 나한전을 에워싼  가지가 많고 솔잎이 복스러운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소나무가 이채롭다.

 

 

나한전 못미쳐 단칸 산신각이 보인다. 흔히들 볼수 있는 산신과 달리 목조 호랑이를 타고 계신다.아마 민간신앙 보다는 전세계에 사육사로 부터 추앙받는 산신인가 보다.

또한 산신각에는 가난한 절집에서 칠성을 모실 여력이 없어서인지 목숨을 관장하는 칠성을 대신해 긴 타래실을 모셨다.

허물어져 내리고 있는(현재 진행형이다) 지붕이지만 느낌이 너무 좋다. 아마 오랫동안 이렇게 나를 흡족하게 해 줄 산신각은 만나지 못할 것 같다.


                                                         성혈사 나한전...문화재청 사진

 

 

나한전은 3칸의 다포계 맞배지붕,  주심포계라도 충분히 하중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나한전의 주인인 석가여래가 아닌 호분의 비로자나불이 좌정하고 계신다.

 

 

하지만  두기의 석등을 보는 순간 짜증스럽다. 수없이 많은 거북(물론 후에는 용의 얼굴을 하여 용의 아홉 아들중 무거운 것 들기를 좋아하는 '비희'라고도 한다)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힘들어하고 고통스런 모습을 본적이 없다.

 

 

석등를 휘감은 용 아니 얼굴을 보면 꼭 독사처럼 삼각형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창살 앞에 왜 이런 석등을 조성했는지 조성 동기가 궁금하다. 많은 사람,책에서는 아름답기 그지없는,용의 얼굴을 단순화 시켜 해학적인 모습이라고 하는데, 글쎄 올씨다???

 


                                                   나한전 어칸 꽃창살...문화재청 사진

 

 

연꽃무늬를 새긴 협칸 문살,가운데 문 두 짝엔 연꽃과 연잎, 학,·구름,동자승,용,물고기,게가, 오른쪽 문은 화려한 연꽃들도 장식돼 있다. 통판에 투조라는데, 본디의 단청이 퇴색된 모습이 참말로 조~오타!

 연으로 인해 연화장 세계, 반야용선으로인해 바다속을 상징, 단지 장엄의 의미등 제각각의 해석이 난무하지만 이놈은 민화풍으로 보고 싶다.

 

 

세상에서 태어나서  소과, 대과에 연이어 장원급제하여 아들 딸 많이 낳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천수를 다한 후에는 극락왕생하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다음 세계에 태어날 때 연꽃 봉오리에서 태어난다는(심청도 연꽃속에서 환생했다) 불교의 연화화생을 상징하여 '동자(사람)는 이세상에 태어 나서', 쌍어문은 금관가야의 상징문이며 민화에서 다산의 상징 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과거의 소과,대과를 의미하며,' 게는 갑각류이며 갑을 甲으로 해석 제일로 보아서 '장원 급제'를 말한다.(요즘도 이름에 甲자가 들어가는 사람은 100% 맏아들이다)

 

 

그럼 부귀 영화는 무어냐고? 일찍이 애련설의 주돈이는 모란은 '부귀 영화'요, 국화는 은일이며,연은 군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주돈이는 유교적 해석이지만 , 민화에서도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뿐만 아니라 유유자적하고 있는 새는 솟대의 오리, 물새처럼 이승과 극락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보여 '극락왕생'을 안내하는 메신저로 보인다.

'아들, 딸 많이 낳고'라는 의미는 연밥,개구리 알로 추론이 가능하고, '소과,대과 연이어 급제'는 蓮이 連과 같은 발음으로 민화에서 자주 응용되며, 용은 '출세를'상징하는 동물로 등용문 고사에서도 알 수 있다.

 

결국 성혈사 나한전 꽃창살은  나한전 불사때 왕족, 사대부, 신흥 갑부 등 어떤 사람의 큰 시주로 개인의 염원을 빌면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근거? 물론 없습니다. 어떤 책에도 이런 해석은 없답니다.

아무도 없는 절집인데 소설 한편 탈고하고서는 나한전 법당에 앉아 스님 행세할렸더니 고얀놈의 등장을 알았는지, 아니면 나한전 주인은 자기인 것을 과시할려는지 말벌이 무리지어 머리위를 비행하며 반강제로 밖으로 밀어내더라.

 

2005.08.27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메모 :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