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홍성군

[스크랩] 홍성 / 읍내를 맴돌다 서해 낙조에 젖다.

임병기(선과) 2008. 6. 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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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이 다가와서인지 맘이 바쁘다.
고건축 박물관을 나와 홍성읍으로 가는 길에 용봉리 마애불 이정표를 보고 달렸건만 
사라진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몇 번이나 주민들에게 물어도 오리무중이어서 한참이나
해메이고 겨우 도착했건만 술에 취한 주차장 관리인의 2시간이 소요된다는 말과 무려 
3000원이나 하는 주차비에 맘이 상해서 비록 애닯기야 하지만 포기를 했다.
먼길을 와서 내가 좋아하는 석불을 답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기회는 찾는 이에게 
늘 열려 있는 것이니...
우리 지자체는 지역 외곽의 문화재 이정표는 잘 설치가 되어 있으나 읍내의 이정표는 
어지간한 인내심을 갖지 않고는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홍성군도 예외는 아니어서 
동네 한가운데 아파트에 둘러 쌓인 놀이터에 있는 대교리 석불도 나에게 그렇게 어렵게 
친견을 허용했다.
광경사지 미륵불로 알려진 석불은 낮은 얼굴의 돋을 새김, 주먹코 등  장승처럼 익살스러
움이 묻어나며, 사무외인, 여원인의 수인으로 투박하고 거친 수법으로 보아서는 조선조에 
조성되어 민초들의 신앙의 대상이었을 것인데, 이제는 익살스러움과 어울리게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벗삼아 생을 즐기고 있는 듯 하다.
광경사지 당간지주도 석불과 시내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으며 다분히 풍수적 비보로 
여겨지지만 내력은 알수 없고, 기단에 당간을 세웠던 둥근 홈, 지주의 외부에 문양이 새겨져 
있어 다소 략화된 모습으로 미루어 광경사가 고려시대의 사찰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홍주아문은 관아의 정문으로  세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가운데 문은 고을 원만 출입이 허용되고 좌우의 문으로는 일반인만 출입이 허용
되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읍내에 있어 긴 시간 건축의 맛을 음미할 틈도 없이 근래에 복원된 듯한 읍성의 
동문인 조양문으로 향해 차안에서만 주마간산 격으로 공해에 찌든 조양문을 눈에 넣고 
읍성을 답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읍내를 빠져 나왔다.
새벽부터 시작한 일정 탓에 파김치가 된 몸을 추스릴 여유도 없이 서해안 고속도를 달려
대천의 숙소로 오는 길에 피곤한 나를 위무하려는 듯 장엄한 서해의 낙조가 차창을 따라 
끝까지 동행하여 주어  즐거운 맘으로 고딩 때 배운 시조를 기억 저편에서 꺼내보려 했지만 
끝내 입가에 맴돌다 사라진다.    
                     [낙조].........이태극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둥둥 원구(圓球)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든다.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 남아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더니 
        아차차, 채운(彩雲)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구름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 
2004.04.20
음악/산마루님...Moonlight Serenade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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