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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사! 참으로 들리고픈 절집이었기에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면서 욕심을 버리자고 다짐해보지만 가슴 설레임을 주체할 수 없다. 푸르름으로 가득한 들녘에 인삼밭 차양이 마치 들어내지 않는 나의 속내인 것처럼 유독 검은색이라 비우자,버리자하는 맘이 깊을 수록 집착이 강해지는 나의 모습 같아 보인다. 어허이! 저것좀 보게나! 삼밭 옆에 대추 밭이라니? 삼과 대추는 상극이지 않은가? 삼계탕에 대추를 넣는 이유가 삼이 가진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는데,이곳의 대추와 삼은 나란히 공생하며 상생하는 것은 왠 까닭이란 말인가? 무섭도록 적막한 길을 걸어 올라간다. 산죽의 속삭임과,신록의 재잘거림이 들릴 뿐 개울물마져 소리없이 흘러내린다. 길이 개울이고 개울이 길인 화암사 가는 길에 욕심에 찬 나의 발걸음이 소음으로,사치로 들릴즈음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산길 위로 나직히 물소리를 내는 폭포가 흘러내리고 그위로 걸쳐진 녹슬은 철제계단이 절집이 가까워 졌음을 알린다. 이런 산골에 절이 있다니? 누하가 막혀 요새처럼 보이는 우화루는 고성 옥천사 자방루를 떠올리게 하지만 당당함도 호방함도 없이 소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네 살림집에서 볼 수 있는 문간채에 딸린 대문 월방이 정겨웁기 때문이겠지? 입춘대길이라도 붙여졌을 것 같은 대문에는 삐뚤삐뚤한 한글로 시주자의 이름이 있지만 거부감마져 사라진 것은 바로 눈에 들어오는 화암사 중정이 주는 아늑함 때문이리라. 적묵당 툇마루에 앉아 ㅁ자형의 전각을 우러보니 극락전,적묵당,요사,우화루가 어깨를 맞대고 졸고있는 듯하며, 좁은 중정이 주는 편안함, 목어가 걸려있는 우화루의 마루가 안겨주는 친근함이 처음이면서도 전혀 낯설지 않는 까닭이겠지. 주지하는 바와같이 극락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하앙식 부재(중국이나 일본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단 하나의 하앙 구조 건물. 하앙은 기둥 위에 배열된 포작과 서까래 사이에 끼워진 긴 막대기 모양의 부재로, 서까래와 같은 경사로 처마도리와 중도리를 지렛대 형식으로 받치고 있는 공포이다)로 잘 알려진 전각으로 전면의 하앙은 용머리 장식,후면은 장식없이 뾰족하다. 만일에 극락전이 화려한 단청이라면 이런 맛이 날까? 수수하고 드러나지 않는 은근한 깊이, 그러면서도 범접못할 위엄이 서린 법당안에서 한참이나 보내다 안내문에 기록된 조선시대 동종에 눈을 돌렸다(동종이 스스로 울리는 바람에 일제강점기에 종을 탈취하기 위해 일본군이 화암사에 오고 있는 것을 스님들이 알고 땅속에 묻어 강탈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님이 기거하신다는 철영당 단칸 전각에는 지난 가을의 월동의 흔적이 남아 산골의 봄은 아직 요사 뒤의 돌각담을 넘어 오지 않는 듯하다. 적묵당을 돌아서면 적묵당이 ㄷ자 형임을 알 수 있으며 마치 안채 안마당 모습의 공간이, 정갈한 장독대와 자연암반 위에 단칸 산신각을 안고 있어 대가집 안채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다시 나와서 우화루 마루를 바라보면 중정이 결코 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우화루와 마당의 높이가 같아서 단절이 아닌 마당의 연장으로 보이는 까닭이다.밖을 향한 우화루의 판벽을 열어 보면 좁은 공간에서 넓은 자연공간을 극락전 뜰로 넉넉하게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니,우화루를 2층으로 하지 않은 도편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여느 산골 절집 처럼 화암사에도 달관한 것인지 게으런 것인지 모를 누렁이가 어슬렁 거리며 다가오더니 앞발을 꿇고 뒷발을 길게 뻣어며 늘어지게 하품을 해되더니 나의 바지를 핥기 시작한다. 천성적으로 개를 무서워하는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화암사에서 느낀 감성적이고, 안온한 마음은 다두고 내려가라는 듯 보살님이 부르기 까지 날 희롱하더라.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더욱 무겁게 하시는 보살님의 "처사님! 초하루인데 계시다 점심 공양하시고 내려가시죠" 말씀 때문에 더욱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지만 올봄에 나는 완주 불명산 화암사에 마음 한 자락 걸어 두고 왔다. 어느 가을 날 낙엽 밟으며, 만산홍엽의 단풍를 즐기며, 두고온 마음 찾아 오리라 다짐해 보며... 2004.04.19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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