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청도군

[스크랩] 청도 / 석빙고와 향교

임병기(선과) 2008. 6. 6. 06:51
728x90
728x90
 
운강고택에서 청도읍으로 향하는 길에 펼쳐진 봄의 향연은 절정이다.
마을 골목길,얕은 산자락,길가에 만개한 복사꽃에 취해 동행한 님들은 은근히 쉬어가자고 보챈다.
그러지 뭐! 무릉도원이 별것이냐? 이삔 아줌마 3명의 간곡한(?) 읍소로 생각하고 달구지 고삐를 
잡았더니, 이심전심 뒤따르던 님들도 무언의 압력을 받았다며 흥겨워한다.
예비부부도, 맛 들은 가시버시도, 농익은 아자씨 아줌마도 온갖 포즈로 사진 박기에 여념이 없으며 
사이사이 양념과 초고추장을 버무린,혼자라서 샘통 난 상감과 나의 Y담도 즐겁기만 한 듯 하다.
예전에 비오는 늦가을에 처음 찿았을 때 눈앞에 두고도 헤매던 기억이 새로운 석빙고인데 지금도 
첨 답사객들은 애로가 있을 듯하여 이정표가 아쉬운 현실이다.
[석빙고... 한여름에도 거의 완벽하게 얼음을 저장했던 장소! ...다음에서 발췌
우리 선조 들은 매년 2월말 강가에서 얼음을 14센티미터 이상의 두께로 잘라서 저장한 뒤 6월부터 
10월까지 수시로 그 얼음을 다시 꺼내 더위를 물리쳤었다. 
석빙고는 현재 6개가 존재하며 모두 18세기에 만들어져 경북 경주, 경남 창녕 등 경상도 지역에 
몰려 있다. 반 지하에 내부 공간은 12 미터 , 폭 5미터, 높이 5미터 안팎이다. 
우선 석빙고의 얼음 저장은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1단계는 얼음 저장에 앞서 겨울 내내 내부를 
냉각시키는 것이고, 2단계는 얼음을 넣은 뒤 7,8개월 동안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다. 
우선 1단계에서 냉각을 시킨 방법의 열쇠는 바로 출입문 옆에 붙어있는 날개 벽이다. 겨울에 
부는 찬바람은 이 날개 벽에 부딪쳐 소용돌이로 변한다. 소용돌이는 빠르고 힘차게 석빙고 내부 
깊은 곳까지 밀고 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겨울에 찬 기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로 겨울철 
보통 지하실 온도는 15℃ 인데 비하여 석빙고 내부 기온은 평균 영하0.5-영상2도라고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얼음을 어떻게 보존하는가인데 실재로 석빙고 안의 얼음은 녹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거의 미미할 정도로 녹았을 뿐이다. 
이렇게 찬 기온을 유지한 데는 3가지 열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절묘한 천장 구조이다. 화강암의 천장은 1-2 미터의 간격을 두고 4.5개의 이치형 모양
으로 만들어져 그 사이에는 움푹 들어간 빈 공간이 있다. 
이곳이 바로 내부의 더운 공기를 빼내는 일종의 에어포켓인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환기구이다. 위쪽에 설치된 환기구는 에어포켓에 갇힌 더운 공기를 밖으로 빼낸다. 
이것은 바로 더운 공기는 위로 뜬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석빙고 내부의 온도는 
한여름에도 0도 안팎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다 3번째는 얼음에 치명적인 물과 습기를 빠르게 밖으로 빼내는 배수로이다. 
또한 빗물을 막기 위하여 석빙고 외부에 석회와 진흙으로 방수층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음과 
벽 및 천장 틈 사이에는 밀집, 왕겨, 톱밥 등을 단열재로 채워 넣어 외부열기를 차단하였다. 
거기에다 외부의 잔디는 햇빛을 흐트러뜨려 열 전달을 방해하는 효과가 있으니 석빙고의 얼음은 
한여름에도 거의 녹지 않고 견디었던 것이다.] 
혹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가?
너무도 완벽한 문화재에 대한 경외감 못지 않게 그 이면을 보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마찬가지로 잘 어울리는 옷으로 단장한 여성을 보고 감추어진 나신이 보고 싶다는 아름답고 인간
적인 맘을 품어보지 않은 사내가 있겠는가?
청도 석빙고는 멸실되었기에 몸매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양 벽을 건너지른 아치형 무지게 구조물, 배수가 용이하도록한 바닥의 경사면, 들어가서 보이는 
환기구 등으로 우린 마치 여인네의 옷고름을 푸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대학시절 읽었던 에세이 한 구절이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무엇이냐는 화제로 친구들 사이에 이야기를 하던 어느 문인 왈 
"오동닢이 소리없이 후원에 떨어지는 늦가을에 문창살을 넘어 온 달빛 가득한, 호롱불이 필요 
없는 방안에서  돌아누운 문인의 등 뒤로 들려오는 여인의 옷고름 푸는 소리, 치마가 흘러내리는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는데...
석빙고 주위에 널부러진 석조부재는 이곳이 화양읍성임을 알려주는 흔적임을 환기시키며 오늘의 
마지막 답사지 청도향교에 이른다.
청도향교는 전묘후학, 전학후묘에 집착하던 나를 향교배치의 전형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던 곳이다.
청도향교는 "대성전(大成殿), 동·서무, 내삼문(內三門)과 명륜당(明倫堂), 동·서재, 사락루(思樂樓)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성전과 강학을 하는 명륜당이 좌우에 놓여있어 타 향교와 다른 독특한 
배치를 하고있다. 
건물의 구조는 대성전은 정면3칸 측면2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주두에 익공을 짜고 초각(草刻) 없이 
화반을 네모판으로 하여 전체적으로 검소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명륜당은 정면5칸 측면2칸에 전퇴가 
있으며 어칸과 좌우 협칸 3칸이 대청으로 우물청판을 깔았고 좌우 퇴칸은 통칸 온돌방으로 구조는 
익공집이다. 
명륜당 앞에 있는 사락루(思樂樓)는 2층 루각 건물로 아래층에는 출입문이 나있고 윗 층은 루로 
되어 있으며 1992년 건립한 지인재에서는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예, 한문 등 충효교실을 
열고 있다." 
아이스 크림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님들과 헤어짐은 늘 아쉽다.
힘들이지 않고 오감이 즐거운 일들이 생활하는 주위에 산재해 있음에도 고생하며 울문화를 느끼고 
체험할려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은가?
알면 아는데로, 모르면 모르는데로 그건 의미가 없다. 만남이 좋고 개울에 놓인 징검다리를 단번에 
건널 수는 없지만 하나하나 건너다 보면 반대편 둑에 다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
2004.04.11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선과 원글보기
메모 :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