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예천군

예천...석송령

임병기(선과) 2021. 3. 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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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고향이 예천인 우리카페 장돌뱅이(상감) 님과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 같습니다.

 

옛글(2003년 6월 17일)로 대신합니다

"동행한 예천이 고향인 상감마마 덕에 길품을 덜 팔고 석송령을 향하는 길이 즐겁지만 그보다 상감의 고향 이야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들을 수 있어 기분 좋은 답사길 이다. 양궁의 여걸 김진호의 향리이고, 양궁 장인이 살아 계신 예천을 거론하며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석송령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세금을 내는 영험한 소나무라고 石松靈으로 이름 붙였는가? 이런저런 상념에 잡혀 석송령에 다가서니 마치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를 연상케 하고 굳이 차이를 찾자면 한일자(一)로 뻗은 가지가 이채롭지만 시멘트로 막은 생채기의 상흔은 600년 세월의 풍상에 비하면 작은 아픔이리라.

 

석송령 품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우리에게 벌써 한순배 막걸리에 코끝에 단풍이 든 어르신이 다가서며 어디서 왔는고? 말을 건네신다.

"그래 여기는 대구 사람이 젤로 많이 오지, 전에 테레비에 내가 석송령과 함께 나왔지. 내 나이가 얼마로 보이나".

상감과 나는 동시에 칠십오세 정도(사실은 80세 후반으로 보였지만)로 말씀드리니

"기분 좋게 내가 90이여..."

이 정도 진행이 되면 재빨리 필기 준비를 하여야한다. 한 말씀이라도 놓치지 않을려면...

"제 고향이 예천 입니다" 상감이 추임새를 넣으니 화들짝 놀라시며 성씨를 물으시며 반남 박가라는 상감의 답이 끝나기도 전에 북부 경북 특유의 대화의 물꼬가 열리고 우리 조모님이 반남 박가인데 라는 살궂은 친근감으로 "나는 의성 김문이제"...

 

어르신의 설명으로는 예전에 이 동네에 살았던 후손이 없던 이수목 이라는 분이 유언으로 모든 재산을(마을 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석송령의 앞으로 유산으로 남기며 자기의 제사와 마을의 동제를 올리도록 유언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하셨지만 재산세를 얼마나 납부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신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석송령이 장학사업도 펼치신다고 첨언하신다. 즉 정부에서 노거수 보호 명목으로 지원된 보조금을 석송령 앞으로 예치하여 1년에 20명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것이다. 대단한 소나무지 않은가? 세금을 내고 장학사업을 펼치니 피선거권을 부여해도 어색하지 않을 듯 하다.

 

"이 소나무는 말이야 하루에 막걸리 10병도 더 마셔! 오는 사람들이 막걸리를 대접하거든"... 아이쿠 어르신 죄송합니다. 막걸리 한잔 대접치 않고 귀한 말씀 도둑질한 무례를 용서하소서를 입속에 삼키며 마을을 벗어 나왔지만 동리 사람들의 석송령에 대한 경외심, 죽은 자와의 약속 이행은 더더욱 향기롭고 아름답게 먼 훗날까지 이어지리라."

 

예천 석송령

천연기념물 제294호

"석평마을의 마을회관 앞에서 자라고 있는 예천 천향리의 석송령은 나이가 6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11m, 둘레는 3.67m이다. 나무는 밑동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 전체적으로 우산모양을 하고 있으며, 곁가지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곳곳에 돌로 된 기둥을 세워 놓았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약 600년 전 풍기지방에 큰 홍수가 났을 때 석간천을 따라 떠내려오던 소나무를 지나가던 사람이 건져서 이 자리에 심은 것이라고 한다. 그 뒤 이 마을에 살던 이수목(李秀睦)이라는 사람이 ‘석평마을에 사는 영감이 있는 소나무’라는 뜻으로 ‘석송령’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자신의 토지 6,600㎡를 물려주고 등기까지 내주어 재산을 가진 나무가 되었다. 또한 고 박정희 대통령이 500만원을 하사한 일도 있다. 마을에서는 석송령의 재산으로 장학금을 조성하여 학생들에게 주고 있으며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평화를 비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예천 천향리의 석송령은 마치 사람처럼 재산을 가지고 세금과 장학금을 내는 등 세계적으로 그 예를 찾기 어려운 나무로 우리민족의 나무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문화재청)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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