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제천시

제천...사자빈신사지 석탑

임병기(선과) 2014. 4. 3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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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2005.06.18

사진...2014.04.12

 

 

미륵리 사지를 벗어날 즈음에 광주서 오신 선묘님과 해후를 했다. 멀리서 오셨기에 꼭 둘러보라고 말을 남기고 멋진 풍광의 송계계곡을 거쳐 덕주사 초입에서 우리님들과 상의 없이 핸들을 꺽어 덕주산성에 왔더니,울님들 불만이 넘쳐난다.

심지어 쥔장 축출 이야기도 쏫아져 나오더니, 몇몇 분이 역모를 도모하여, 덕주사 마애불로 떠나버린다.(쥔장 동의 없이 가신님들!!! 그날 고생만 했죠?  ㅋㅋ)

 

이름도 없다. 아니 모른다. 모르면 어때?

상층기단부에 사자네마리로 인하여 '사자빈신사지'로 알려진 절터,  비가 내려도 황량함과, 무섭도록 짙게 깔린 적막함에 서글픔이 밀려 왔었던 두 번의 답사였었다. 오늘 우리님들과 함께한 이 시간에는 절터가 젊은 푸르름이 충만하고, 비로자나 부처님의 볼도 예쁘고(?), 네마리의 사자도 앙증맞게 유난히 귀여워 보인다.

 

 

석탑에 새겨진 명문에 의하여 건립연대와 목적을 알 수 있는 사사자 석탑은 "고려 현종 13년인 1022년, 월악산 사자빈신사에 불심(佛心)으로 거란족이 ‘怨敵永消(원적영소; 나쁜 적들이 영영 물러가기를 바란다는 뜻)"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구층 석탑을 세운다. 원래는 구층이었으나 지금은 몸돌 5개와 지붕돌 4개만이 쓸쓸하게 남아 있다.

 

그러면 듣도 보도 못한 "‘빈신’은 무슨 말일까? ‘분신(奮迅)’이라고도 하는 빈신은 해석하자면 ‘분발해 일어난 기세등등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사자가 포효하면 마치 온갖 금수들이 놀라 도망치는 것처럼 부처가 삼매(三昧)에 들어갔을 때 온갖 악한 것들이 복종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 현종대의 연표를 찾아 보자.

 

1009   서북 병마사 강조, 목종을 폐하고 대량원군 순 현종으로 즉위
1010   강조, 행영도통사로 통주에서 30만 대군으로 거란에 대비


1010   거란 2차 침입 개시
1011   거란군 개경에 침입
 
1011   [초조대장경] 조판 시작
 
1013   거란 강동6주 침입. [국사] 편찬 시작 30결 이상 소유토지 세액 정함
 
1018   4도호 8목의 지방제 개정 거란 소배압 등 10만 침입
 
1019   강감찬의 귀주대첩
 
1021   사원에서의 술 제조 금지
1024   죽은 군인의 미망인에게 구분전 지급
 
1025   대식국인 100명 공물을 바침
1031   국자감시 신설

 

연표에서 알 수 있듯이 사자빈신사지 탑은 거란의 3차례의 침입를 물리친 후 불법의 힘을 빌려 다시는 이땅에 거란이 침입하지 않도록 기원하며 세운 탑이다. 하지만 왜이런 골짜기에 조성했는지 알 수 없어도, 지장보살 패션인 두건을 두른 책상 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볼이 탱탱한 나비매듭의 비로자나불이 기단에 자리한 이유는 '위의 연표 1011'로 미루어 소설 한편 탈고할 수 있겠다.

 

폐사지에서 소설 한 편 쓰는 것도 아니 즐겁웁겠는가?

신라의 황룡사 탑, 팔만대장경이 불법의 힘으로 외적의 침입을 막아보자는 기원이 듯이 고려 현종대에도 거란의 3차례의 걸친 침입으로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자, 초조대장경 즉 ‘화엄경’ 조판을 시작했던 것이다.

 

화엄경은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기본사상으로는 하는, 화엄종의 근본경전으로,화엄종의 대장이 바로 비로자나불이니, 개경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인 송계계곡에서도 총력을 기울이던 초조대장경 불사와 발맞추어 사사자 빈신사지 탑을 조성한 스님과 장인은 비로자나불을 조성하지 않았을까?

 

 

네마리의 사자에 대해서 허균은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돌베개, 2000)에서 “네 마리의 사자가 각각 다른 정도로 입을 벌리고 있는 데에는 나름의 오묘한 불법이 서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사자가 입을 크게 벌려 치아가 드러난 상태를 산스크리트어(Sanskrit; 梵語)의 ‘A'(아) 발음으로, 그것보다 약간 작게 벌린 것을 ’U'(우) 발음으로, 그것보다 작게 벌린 것을 ‘M'(훔) 발음으로, 마지막으로 완전히 꽉 다문 상태는 ’M'(훔) 발음 뒤에 뒤따르는 ‘침묵’ 상태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AUM'(아우훔) 소리가 고대 인도 브라만교(敎)의 경전인 베다의 찬미와 주문의 신성한 언어로부터 왔다”며

1) “‘A'는 경험의 세계와 함께 있는 의식의 상태이고,
2) ‘U'는 꿈의 미묘한 형태에 대한 경험과 더불어 꿈꾸는 의식의 상태이며,
3) ‘M'은 꿈꾸지 않는 깊고 잠잠하고 미분화된 의식의 자연적 상태이고
4) ‘A'와 ’U'와 ‘M' 뒤에 오는 침묵은 궁극적인 신비의 세계이며, 그곳에서 선험적인 법성(法性)과 일체가 되어 법성이 자아로서 체험되는 단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그는 “‘AUM'(아우훔)의 발음과 침묵은 존재의 전체에 대한 의식을 발음으로 상징화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 그날의 감흥이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해아리님의 저음의 고혹적인 시 낭송 때문이 아닐까?

 

                                                             [ 동백이 활짝 - 송찬호 ]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만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201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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