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날 안동 전탑에 관해 자료조사중 불령사 전탑 존재를 알았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 아닌가? 불령사 앞 도로를 숱하게 지나갔으면서도 스치기만 했으니 나에게 전탑은 잊혀져 서러운 옛님이 분명했다. 지나치게 외양만 갖춘 답사 행태에 익숙해진 내모습이 근래에 초라하게 느껴진 까닭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불령사 입구
골프장 건설 반대 현수막이 어지로운 마을을 지나면 호랑산 비룡골 좁은 터에 불령사가 있다.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진 절집은 아랫동네 장연사지 부근에서 구운 벽돌을 신심 돈독한 신자들이 복을 기원하며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옮겨와 3층탑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천태전과 전탑
천태전 전각에 나반존자를, 위령각 전각에는 산신을 모셨는데 처음 접한 현판이라 이유가 궁금하다. 전탑을 조성한 사람은 누구일까? 선덕여왕 시 실존 인물인 최고 장인이었던 양지 스님으로 추측하는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양지 스님은 그분의 조상이나 고향을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분의 행적이 선덕왕 때 잠깐 보일 뿐이다. 스님이 석장 끝에 베주머니를 걸어 놓으면 그 지팡이가 저절로 날아가 보시하는집에 가서 흔들어 소리를 내었다.
그 집에서 알고 공양미를 넣어 자루가 차면 석장이 날아 돌아왔으므로 그 절의 이름을 석장사라 했다. 신기함을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재주가 능통하여 신묘하기 비할 데 없었으며, 문장 또한 능숙하였다.
영묘사의 장육삼존, 천왕상과 전탑을 덮은 기와, 천왕사탑의 팔부신당, 법림사의 주불삼존과 좌우의 금강신이 모두 그가 만든 것이고, 영묘사, 법림사의 액자도 썼다.
또한 일찍이 벽돌을 새겨서 조그마한 탑을 하나 만들고 불상 3천여 개를 만들어 그 탑에 봉안하여 절 안에 두고 예배했다. 스님은 재주가 많고 덕이 충만한 대방가(大方家)로서 한낱 지엽적 재주에 묻혀버린 사람이라 하겠다."...출처/다음
전탑/사진 솜씨 쥑인다!!
붕괴된 3층탑을 어느 스님이 5층으로 복원하였다고 여러 자료에 언급되어 있으나 내눈엔 아무리 봐도 6층이며 오히려 7층으로 보이는데, 다른분들은 지대석위 1층 탑신을 기단으로 해석한 듯 하다.
하긴기단 없는 탑은 없으니... 광해대왕님이 어리버리님과 박하사탕님에게 잘못 복원된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벽돌에 새겨진 불상, 석탑
불령사 탑은 전탑이라는 흔치 않은 재질에 벽돌마다 번갈아 수많은 불상과 삼층탑 새겨져 있어 답사의 맛은 한결 더 깊어 진다.
불상에는 연화대좌, 거신광배,결가부좌, 육계, 통견의 옷주름 까지 양각되어 있고, 3층 탑은 신라전형 이중기단, 상륜부까지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과거,현재 미래에도 많은 부처님이 계셨으며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천불천탑 신앙을 상징한 것이리라.
스님과 호돌이
얼룩이를 진도개 순종임을 강조하시는 스님에게서 황희정승에게 다가와 소이야기를 했던 농부를 떠올리며 입가에 웃음 지었다.
절집 세간살이
저토록 정갈하게 세간을 정리하시는 스님은 벌써 득도한 부처님이 아니겠는가? 1500년 전 벽돌에 새긴 민초들의 소박한 믿음도 저러했으리...
200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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